시행착오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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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양본을 뒤바꿔 놓았던 고지평준화 시책은 실시 10연만에「전면 재검토」 의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문교정책의 산실이 되어온 한국교육개발원은 최근「고교평준화 재평가」 작업에서 현행 고입신입생의 무조건 배정제도를 소속학군 안에서 「선지원- 후배정」 의 제한지원제로 바꾸는 정책안을 제시했다.
문교부가 이처럼 평준화정책을 재검토하게 된 모티브는 이 정책의 가장 큰 부작용인 학력의 하향 평준화현상을 시정해 보자는데 있다. 모학교별로 갖는 특성에 따라 학생들에게 선택의 길을 다소나마 열어주고, 공· 사립이 갖는 건학정신의 차이를 존중할 필요성을 인정한 때문이다.
우리는 몇차례에 컬쳐. 이른바 평준화정책의 모순과 역기능을 지적한바 있었다. 지금 똑같은 주장과 견해를 중언부언할 필요를 느껴지는 않는다.
다만 정책당국도 10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그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재검토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은 있으나 우리교육의 장래를 위해 다행스런 일이다.
국가교육은 모든 피교육자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할 채무와 사명을 갖는다. 그러나 모든 피교육자를 동등한 수준의 실력으로 끌어올릴 의무까지는 없다. 사람의 생내적인 능력 차는 인정해야 하며, 후천적인 노력의 차리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이같은 여건을 외면하고 외형적이고 산술적인 평균치만을 중시한 평준화교육 시책은 당초부터 무리와 억지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중등교육의 의무화를 앞두고, 한편 입시과열을 막는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제도가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돼온 것은 「외형」 과는 판이하게 내용적으로는 불평등 교육을 초래한 때문이다.
민주주의적 교육이란 능력과 개성에 따라 자신이 선택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교육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속 학군안에서 학생들이 지원의 선택권을 갖는 방안은 파열경쟁의 폭을 줄이면서 학생들을 능력별로 분류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또 한가지, 지원제를 실시할 경우 공· 사립교의 재정적 불균형이 해소됨으로써 사학이 본래의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사립고는 공립과 똑같은 공납금만을 받으면서 국고지원을 받는 공립교와 같은 내용의 교육을 해야하는 모순은 사학의 퇴보와 운영부실을 초래했다. 학교 선택을 학생들에게 허용하면 사립교에는 자율권을 부여할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다원화시대 대량정보시대에는 「규격품 지식」보다는「비규격품 지식」 ,독창적인 지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의 산실로서 사학을 적극 육성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기도하다.
시행착오에 대한 수정은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잘못이 인정되면 즉시 이를 시정하고 개선하는 것이 사회적 손실을 막는 길이다. 지금도 늦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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