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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지만 웃음 참는 김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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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무성 업은 김태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 등에 업혀 활짝 웃고 있다. 김 대표는 새로 당선된 세 의원에게 ‘새줌마’의 빨간색 앞치마 등을 선물했다. [김상선 기자]

30일 오전 9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에 모습을 보이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4·29 재·보궐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김 대표의 첫 발언은 의외였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 대표는 “재·보선 승리의 기쁨보다는 솔직히 내년 총선이 더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치 불신과 혐오감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3곳을 이겼다고 새누리당이 진정한 승리라 말할 수 있는지 냉철히 짚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잔칫집 분위기인 당 상황과는 다른 얘기였다. 김 대표는가급적 웃음을 참으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선거 과정에서 다소 수위를 넘는 격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마음을 다치신 분이 계시면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입장 표명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다음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문답.

 - 문재인 대표의 발언을 어떻게 보나.

 “당분간 야당을 자극하거나 야당을 비판하는 발언은 일절 하지 않겠다. 그런 질문도 하지 말아 달라.”

 - 재·보선 결과로 문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가 났다는 평가가 많다.

 “파트너로서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

 - 이번 재·보선을 통해 여당 대표는 안정적이 됐다.

 “언제는 내가 안정적이지 않았나. 불안정했나. 하하하.”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는 재·보선 승자인 오신환·신상진·안상수 의원의 축하 자리도 마련됐다. 김 대표는 당선 축하 선물로 꽃다발 대신 빨간색 앞치마와 머릿수건, 고무장갑이 담긴 바구니를 건넸다. 선거 콘셉트였던 ‘새줌마(새누리당+아줌마)’를 재연한 것이다. 선거 압승에 대한 겸손 모드의 일환으로 김 대표가 낸 아이디어였다.

 김 대표는 재·보선 압승이 결정되던 지난달 29일 오후부터 로키(low-key·낮은 자세) 전략을 당에 지시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개표 상황을 여의도 당사에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김무성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면서 “TV에 지금 웃는 모습이 찍히고 있으니 표정 관리를 좀 하라는 질책이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당 사무처에 “당선자가 TV 인터뷰를 할 때도 가능하면 꽃다발은 빼라”고 지시했다. 김 대표 측은 “앞으로도 겸손 또 겸손”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재·보선 승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오히려 여권에 대한 ‘견제론’으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재·보선에서 여당 후보 간 내분을 막기 위해서도 상당히 애썼다고 한다. 김 대표 측에 따르면 재·보선 초반 인천 서-강화을에서 이곳 지역구 의원이었던 안덕수 전 의원이 선거 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자 김 대표는 두 번에 걸쳐 안 전 의원을 찾아가 “당을 살리기 위해 안상수 후보를 도와달라”고 설득했다. 서울 관악을 지역에서도 오신환 의원과 당내 경선을 치른 김철수 예비후보를 따로 만나 유세에 나서 달라고 요청해 결국 경쟁자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글=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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