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런 징한 눈 70평생 처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21일 폭설로 호남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전면 통제된 가운데 백양사 휴게소 인근 도로에 수백 대의 차량이 정차해 있다. [장성=연합뉴스]

일본의 정지기상위성이 21일 오후 7시에 보낸 영상. 눈구름이 호남, 제주도를 뒤덮고 있다.

21일 호남과 충청 지역 등에 또 폭설이 내려 광주를 비롯한 상당수 지역이 제 기능을 못하거나 고립되는 등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이날 정읍.광주.부안.순천 등 호남 지역 대부분은 기상청 관측 이래 최고의 폭설을 기록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오후 호남고속도로 논산~남해고속도로 진월IC 상.하행선 212㎞ 구간의 나들목 28곳의 차량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 서해안고속도로 군산~목포IC 145㎞ 구간 상.하행선 11곳도 차량 진입이 금지됐다.

호남고속도로 하행선 장성 못재~백양사IC 구간에선 2000여 대의 차량이 여섯 시간 이상 고립됐으며, 일부 차량 운전자들은 차를 고속도로에 정차시킨 뒤 인근 백양사 등지의 휴게소까지 걸어가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도로공사 측은 차량 운전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중앙분리대 세 곳을 트고 차량이 국도로 우회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광주에는 이날 시간당 최고 5.3㎝의 눈이 쌓여 대부분의 차량이 운행을 포기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폭설로 제품 수송을 못해 이날 오후 3시부터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냉장고.세탁기.에어컨.청소기 등을 하루 1만2000여 대씩 생산하고 있다.

GM대우 군산공장도 이날 교통마비로 직원들의 출근이 힘들어지자 야간조업을 중단했다. 이 공장은 시간당 라세티와 레조 등 승용차 60여 대를 생산한다.

전남 장성.영광과 전북 김제.고창.부안 등의 학교 수백 곳은 이날 낮 12시쯤 수업을 중단하고 교사와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광주 지역 273개 초.중.고교와 전남 지역 221개교, 전북 지역 200여 개교가 22일 휴교키로 결정했다. 충남 서천의 마산.서면 등의 초등학교도 22일 하루 동안 휴교한다.

이날 전북 부안군 상서면에서는 제설작업을 하던 공무원 이승희(48.6급)씨가 무너진 비닐하우스에 깔려 숨졌다.

전북 순창군 북흥면 대가마을의 김어녕씨는 "이렇게 징하게 많이 내리는 눈은 70평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폭설에 강풍까지 겹쳐 170여 편의 항공기가 결항하고 여객선이 운항을 중단해 육지와 완전히 고립됐다. 제주~서귀포 한라산 횡단도로인 1100도로와 5.16도로 등의 차량운행도 전면 통제됐다. 제주도에선 176개 학교 중 21개교가 휴교했다.

기상청은 22일 밤까지 제주도 산간 10~30㎝, 전라도 5~25㎝, 충남 서해안 5~15㎝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한편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날 전남 나주와 전북 정읍 지역을 둘러본 뒤 피해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수준의 정부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70년 만의 폭설이 왔는데 군이 아니면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일반재난지역보다는 보상기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현재 경작규모 2㏊ 이하에 대해서만 보상하고 있는데 그 이상 규모에 대해서도 보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천창환.양성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