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투자하라" 8억 사기 친 40대 검거

중앙일보

입력

노인과 소상공인을 꼬득여 8억여 원을 뜯어낸 4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기업 비자금 조성용으로 나온 화장품인데 중국인에게 정말 잘 팔린다. 계약금을 빌려달라”며 화장품 유통업자인 이모(52)씨와 신모(40)씨를 상대로 3억을 가로챈 혐의(특경법 위반)로 홍모(45)씨를 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해 12월경 “유명 화장품 업체에서 연말 비자금 조성용으로 22억원 상당의 물량이 나온다. 시중가의 3분의 1에 살 수 있게 됐다“면서 ”계약금을 빌려주면 3분의 2 가격에 제품을 넘기겠다”고 두 사람을 꼬드겼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전자칠판을 학교에 되팔아 월 7~8%대 수익금을 보장하겠다”며 안모(65)씨와 윤모(64)씨, 권모(63)씨 등 3명에게 4억 9600만원을 가로챘다.

수표와 현금만 받고 계약서를 쓰지 않는 등 범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치밀함을 보였다. 일부 피해자들은 퇴직금 등 노후를 위해 준비한 자금을 통째로 뜯겨야 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과 소상공인 등 전형적인 사회 취약계층을 노린 범죄”라고 밝혔다.

홍씨는 지난달 피해자 한 명이 경찰에 신고하자 잠적했다가 지난 22일 새벽 봉천동 주거지 인근에 잠복 중이던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모처에 투자했지만 대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일부는 빚을 갚는데 썼다”고 진술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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