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공기처럼 가볍고 아름다운 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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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울 정도로 가냘프면서도 간드러진 목소리임에도 고음(高音)에서는 폐부를 찌를 듯한 호소력을 지녔다.

리카르도 샤이 지휘로 녹음한 로시니 아리아집(데카)으로 올해 칸 클래식 음반상 성악 부문을 석권한 페루 태생의 신예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30)의 얘기다. 그가 로시니에 이어 이번엔 도니제티.벨리니 등 벨칸토 오페라에 도전했다.

리카르도 프리자 지휘의 밀라노 베르디 심포니.합창단과 함께 녹음한'남몰래 흐르는 눈물'이라는 제목의 아리아집이다.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타이틀곡을 제외하면 도니제티의 '리타''돈 파스콸레''엘리자베타''연대의 딸', 벨리니의 '캐퓰릿가와 몬테규가''몽유병의 여인''청교도' 등 흔한 레퍼토리는 아니다.

하지만 시종 초점이 명확하고 고유의 음색을 간직하면서 애절한 노래를 들려주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 음반은 들을 가치가 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게다가 꾸밈없고 풋풋한 젊은 목소리는 다소 서툰 호흡과 연결의 단점을 가려주고도 남음이 있다. 장난기가 섞인 듯한 천진난만한 표정과 수줍음도 군데군데 목소리에 배어있다.

가벼운 그의 목소리는 화려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에 비길 만하다. 고음으로 올라갈 때도 별 힘을 들이지 않는 것 같다. 푸치니.베르디 오페라의 유명 아리아에 신물이 난 오페라 팬들이라면 벨칸토 창법으로 무장한 '새로운 음색'에 눈길을 줄 만하다.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는 목소리는 높은 음역에서 더 찬란한 빛을 발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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