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한일회담(246)|수교 공동성명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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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나는 현안타결에 관한 나의 방안을 대통령이 나에게 지시하는 형식으로 작성했다. 이후락비서실장방에서 대통령비서실용전을 사용해 만든 대통령지시는 다음과같다.
『급격한 국제정세에 대처하는 민족국가의 현실에 즉응한 대일외교를 추진하기 위하여서는 정부가 종래 주장하여온「일괄해결」방안을 지양하고 「선국교 후현안해결」의 정책전환을 함이 필요하고도 시의에 적한 방안이므로 별첨요강에 의거한 외교활동을 전개하도록 지시한다』
이같은 전문에 여백을 두고 요강5항을 별첨했는데 다음과 같다.
『「일, 공동선언형식으로 선국교 후현안문제해결의 방안을 한일양국수뇌회담에서 선포.
이, 공동선언의 사실상 효력발생은 「기본관계조약」체결 및 그 비준, 공포로서 함
삼, 공동선언의 내용
①을사조약·합병조약등 국치조약의 무효확인
②대한민국정부가 한반도에 유일한 합법정부임의 확인 (국련결의 인용)
③교포의 법적지위·어업·청구권등 제한안문제의 해결을 위한 교섭계속 및 조속수결
④대사급 외교사절교환
⑤서상 각조항을 기초로한 「기본관계조약」체질합의,
사, 공동선언의 부대교섭
①불균등한 무역관개개선을 위한 일본 정부의 과감한 조치
가, 1차산업물자 수입제한철폐
나, 한국물품수입약속
(2)청구권에 관한 김-대평합의서와 별도로 경제협력을 위한 특별차관
가, 1억달러 정부간 차관 내지 3천만달러 (정부), 7천만달러(상업차관), 단 3천만달러 (정부차관)는 어업협력자급
③어업협정·법적 지위협정의 우선토의
오, 공동선언·양국수뇌자회담은 양국총리회담형식으로 동경서 함』
내가 이렇게 정서해 박대통령에게 다시 내밀자 박대통령은 전문다음의 여백에 대통령 박정희라고 자서한『서명만은 내각의 책임자인 정총리가 연서한후에 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길로 즉시 총리서 방문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연서를 먼저 해달라고 요망했다. 정총리는, 종전방침과는 1백80도로 다른데 우선 놀라는 표정이 역연했다.
그래서 나는 『이 방안은 어업 문제등으로 지지부진할 전망이 높은 한일회담을 단시일내에 1차적으로 매듭짓자는데 주안점이 있다』고 말했다.
골치아픈 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이같은 방식을 통해 하루빨리 청구권자금을 들여와 경제개방에 사용하고 더우기 무역역조를 시정하는 다짐을 받아내 우리수출의 활로를 열고 김-대평메모에 구애받지않은 별도의 정부차관1억달러를 도입해 당장 필요한 산업빛 어선건설자금으로 공급한다면 우리경제의 비약적 도약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방안은 실상 시급한 경제난국을 타개하기위한 최선의 방책이라등으로 장황하게 설명했다.
정총리도 나의 설명을 듣고는 비록 이 방안의 최종적인 매듭을 자신이 짓게끔 되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서명에 응했다. 나의 교섭이 무르익으면 정총리가 동경에 와서 「사모」수상과 공동선언으로 끝내기를 해야게끔 이 지시는 명문화되어 있고 그럴 경우 국내의 반대가 충분히 예상되면 사안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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