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실향민동산」늘어난다˝|고향은 잃었지만 유택만은 한곳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북녘 고항 선영을 그리다 그리다 망향의 설움을 남긴채 여기 동산에 묻혔으니 훗날 남북의 후예들이 이곳을 찾아 객지 고혼을 위로해주오.』(경원동산 묘비명· 경기도포천군내촌면소재). 국토를 두동강이로 나눠 형제가 총부리를 겨누었던 비극의 6·25가 올해로 서른네돌.
금세 돌아갈양 북녘 고향을 떠났던 실향민 1세대들이 덧없는 세윌속에 어느덧 백발의 노경이다. 고향에 돌아갈 기약은 막막한채 인생의 황혼에 다다른 실향민들은 살아 못보는 고향을 죽어서나 함께 가보자며 고향의 이웃사촌끼리 한자리에 묻힐 유택을 다투어 마련하고 있다. 이름하여 「동산」조성사업-.
실향1세들이 하나둘 타계하기 시작한 60년대부터 이북5도의 군·면·리 단위로 시작된 「동산」조성은 현재 전국에 70여곳.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보인다.
어린시절 같은 또래 친구끼리 뛰놀던 고향의 대명사 동산-. 꿈에도 고향을 그리며 타향살이 30여년을 살고 있는 실향민들은 한치라도 고향에 가까운 한수이북 경기도 포천·연천·양주·강화등지에 주로 「동산」 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에도 규모가 가장 큰곳은 경기도연천군청산면장탄리 「정주동산」. 평정주군군민회가 75년 8천여동향인의 기금9백만원으로 이룩한 6만여평 규모의 묘역이다.
이곳은 38도선 이북지역. 한치라도 고향땅에 더 가깝게 가고 싶은 이들의 안타까움이 민간인이 갈수 있는 최북단 이곳에 합동유택을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 이곳에 잠든 실향 1세대는 벌써 1백61명. 야산 봉우리에는 이들의 혼령을 위로하는 망향탑이 우뚝 솟아 아스라이보일것만 같은 북녘 고향땅을 향하고 있다.
경기도남양주군수동면지둔리 천마산 기슭에 마련된 영흥(함남)동산은 2만3천평. 고향출신 유지 15명이 공동으로 땅을 마련해 군민회에 기증한뒤 현재 1백명 동향인이 유택을 삼았다.
이 고장 출신 실향민은 누구나 군민회에 기금 3만원만 내면 고향 사람들 곁에 묻힐수 있다.
「북청 물장사」로 유명했던 함남북청군민들은 그 저력과 단결력을 과시하듯 6개읍·면이 모두 각각의 동산을 갖고있다.
동산은 동향인들이 애향심을 키우고 단결의 구심점이 된다는 점에서 다른 집단묘지와 차이가 있다.
한식과 추석때는 흩어졌던 고향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동산에서 만나 함께 성묘하고 고향얘기를 나누며 애향심을 확인한다.
군민회·면민회가 이곳에서 열리기도 하고 계절따라나무를 심고 가꾸며 선친들의 유택을 보살핀다. 『오늘도 구름은 날아서 북으로 가고, 강물은 흘러서 남으로 오네. 아이야 먼훗날 누가 묻거든, 고향이 그리워 한탄강 나루에서 흐느끼며 가더라 일러라 .』 정주동산 망향탑에 새겨진 글귀는 5백만 실향민 모두의 망향의 한을 대변하고있다.<한천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