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평준화의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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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교평준화시책이 실시된 지 꼭 10년이 되는 시점에서 그 재검토가 요청되고 있다.
고교평준화는 그 자체가 우리 교육발전과 사회문제 해결에서 공헌한바 없지 않지만 그로써 야기된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사학재단연합회가 「사학의 활성화」를 주제로 가진 세미나에서 사학의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고교평준화의 철폐」가 제기되었다. 75년에 고교 평준화시책이 실시된 이후 전국의 20개 지역에서 실시된 결과 그 제도가 교육과 재정 등의 측면에서 결코 좋은 제도로 성립하지 못한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것은 공·사립을 불문하고 근본적으로 교육이 지향하고 있는 우월성의 추구라는 최대의 목표를 떠난 시책이라는 것이다.
평준화는 보편교육은 실현할 수 있었지만 학생들의 성적저하라는 결정적인 결함을 노정함으로써 「하향평준화」라는 오명을 듣게된 것이다.
또 그것은 교육의 경제성·효율성의 원칙에서 벗어났다. 일반 기업경영의 예에서 보듯이 관학에 비해 효율성을 앞세우는 것이 사학의 입장이다. 그러나 평준화는 그런 사학의 자율적 효율화 교육의 노력을 아예 동결시킴으로써 막대한 국가적 손부을 초래했다.
그것은 또 교육의 획일성을 강요함으로써 국제화의 요청이나 시대발전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육을 낳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제도로해서 사립고교들이 재정적 곤란에 직면해서 올바른 교육적 역할분담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사립고교서 공립고교와 똑같은 수업료를 받으면서 인건비·운영지·시설투자등 국고지원을 받는 공립고교와 똑같은 교육을 해야하는 입장이 있다. 게다가 재산세 법인세등 각종 세금까지 물어야하는 불공정한 여건이다.
그런 불리속에서 공립과 동등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것은 기적에 가깝다.
사립고교의 불리는 거기서 교육받는 학생들의 불리이기 때문에 사회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생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단지 제비뽑기를 잘못해서 열악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부당한 일이다.
그 같은 부당성을 제거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는 것은 너무 분명하다.
정부가 학생들에게 그 같은 불리한 교육을 강요할 권리가 없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학생들을 위해 사학을 철저히 지원함으로써 적어도 공립고교와 격차 없는 교육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그럼으로써 사립고교들이 자율성을 발휘해서 개성있는 교육을 추구할 길을 열어주어야 하며 능력에 따라 발전할 여지를 남겨주어야겠다.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독창성과 다양성의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은 학생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확보해주는 것이며 수익자 부담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도 된다.
그것이 사립고교의 재정난을 타개하는 길이 될 뿐 아니라 정부의 어려운 입장도 해소하는 방안이다.
교육이라고 해서 민주자본주의의 원리를 떠나야할 이유는 없다. 평준화시책 실시 10년에 그 철회의 검토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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