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창 "코트여 안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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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별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이클 창(31.미국.세계랭킹 1백42위)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1989년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를 잊지 못한다. 중국계 미국인인 창이 당시 만 17세3개월의 나이로 메이저대회 사상 최연소 챔피언이 됐던 그 대회다.

창이 당시 세계랭킹 1위 이반 렌들(미국.당시 체코)을 꺾은 16강전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짜릿했다. 4시간37분이 걸렸던 혈투에서 창은 다리 경련으로 절룩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3-2 역전승을 거뒀다. 세계 최강을 맞아 상상도 할 수 없는 언더핸드 서비스를 구사하는 등 어린 창의 놀라운 창의력에 테니스계는 경악했다.

통산 34차례 우승 중 유일한 메이저대회 우승기록을 안겨준 바로 그 장소에서 창이 고별식을 했다. 창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 파브리스 산토로(프랑스.54위)에게 0-3(5-7, 1-6, 1-6)으로 완패, 탈락했다.

창은 경기 후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주최 측은 89년 대회 공식 포스터를 마지막 선물로 전했다. 눈물을 펑펑 쏟은 창은 "테니스를 하면서 그동안 두번 울었는데 모두 이곳 센터코트였다. 여러분의 사랑을 잊지 않겠다"며 작별인사를 했다.

창은 랭킹이 낮아 대회 참가가 사실상 불가능했으나 공식 은퇴를 앞둔 창을 위해 주최 측에서 특별히 와일드 카드를 제공함으로써 가능했다. 이변이 많기로 유명한 프랑스 오픈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이변의 산 증인 창에 대한 예우였다. 한편 한국의 이형택(삼성증권.60위)은 남자단식 1회전에서 펠릭스 만티야(스페인.21위)에게 0-3(6-7, 4-6, 6-7)으로 져 탈락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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