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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佛 전문 출판사서 화집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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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39.사진)씨는 한국 작가지만 국내보다 국외에서 먼저 알아본 독특한 작품 세계로 유명하다. 괴기한 외계 생물처럼 보이는 '괴물(몬스터)'과 미래의 기계인간을 연상시키는 '사이보그' 연작은 그를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만들었다.

반짝이로 장식한 썩어가는 생선을 내놓아 화제가 됐던 1997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전시를 비롯해 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수상과 뒤이은 여러 국제 비엔날레 참가 등으로 그는 이제 세계의 유명 미술관이 초대하고 싶어하는 작가 1순위로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그에게 프랑스의 미술 전문출판사인 '레 프레스 뒤 레엘/장비예'가 화집을 펴내겠다고 알려온 건 지난해였다.

2002년 프랑스어판에 이어 올 5월 영어판이 나온 '몬스터스'는 'leebul'이란 붉은 글씨를 세계 화단에 한층 선명하게 새겼다. 한국 작가로는 처음일뿐더러 아시아 작가로도 일본의 구사마 야요이에 이어 둘째로 나온 화집이어서 더 뜻깊다. 88년부터 최근작까지 지난 15년에 걸친 그의 작품 전모가 풍부한 컬러 도판과 평론에 담겨 있다.

"서구 작가들에게 치중해 있던 이 시리즈에 다섯째로 이름을 올리게 돼 기뻐요. 자신의 분신 같은 작업 모두를 실은 화집을 내는 건 작가들의 꿈이죠. 신경다발이 곤두서고 피가 마르는 작업은 고생스럽지만 이렇게 평가를 받고 보니 허무한 삶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그의 작품들은 미국.유럽.아시아 세 개 지역에서 돌고 있어 정작 작가 자신도 자신의 작품을 볼 기회가 드물다. 가까이는 6월 7일 시작하는 도쿄의 재팬 파운데이션 전시부터 2004년 시드니 현대미술관 초대전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전시 준비에 숨이 차다.

"한번 제 손을 떠난 작품은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 이 화집이 제겐 참 소중해요. 오랜만에 그들 모두를 불러모아 눈으로나마 하나씩 어루만진 느낌입니다."

그는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오전에는 평면 작업, 오후에는 입체 작업으로 하루를 꼬박 작업실에서 보낸다. 어느 날인가는 팔이 안 돌아가는 마비 증세가 와 놀랐다면서도 "작업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작업으로 푼다"고 했다. 선과 악,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같은 이중적인 삶의 모습을 치밀하면서도 환상적으로 드러낸 '이불식 조형언어'가 1백90쪽짜리 두툼한 화집으로 남았다.

30일 오후 6시30분 서울 화동 pkm갤러리(대표 박경미)에서 열릴 화집 출간 기념모임도 관심거리다. '한상원 밴드'의 특별공연이 펼쳐지는 전시장에서는 '몬스터'의 이미지를 평면작업으로 옮겨놓은 이씨의 신작 회화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02-734-9467.

글=정재숙,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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