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美 카네기홀서 가족 콘서트 여는 가수 윤형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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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꿈은 이루어진다-.' 가수 윤형주(尹亨柱.55)씨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나이다. 36년째 가수생활을 하는 그가 세계적인 무대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공연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윤씨는 오는 7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엄'에서 '가족공연(familly concert)'을 연다. 대중가수의 공연도 흔치 않지만 가족공연은 카네기홀 사상 최초라 관심을 끌고 있다.

"피는 속일 수 없는 건지 아이들이 모두 음악에 재능이 있는 걸보고 막연히 가족공연을 한번 멋지게 해봤으면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이뤄지게 되니…, 솔직히 말해 저와 제 가족에게 큰 축복이 내린 거죠."

미주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이번 공연에는 윤씨와 부인 김보경(52)씨.장녀 선명(27).차녀 선영(26).아들 희원(23)씨와 맏사위 류은규(29).둘째 사위(약혼만 한 상태) 전병곤(29)씨 등 7명의 가족이 출동, 28명의 관현악단 및 8명의 밴드와 함께 20여곡의 노래와 연주를 선보인다.

저녁 8시부터 두 시간 남짓 독창과 독주, 전 가족 합창은 물론, 부부 듀엣(True Love), 부자의 기타연주(In the Mood), 부녀 듀엣(생명의 양식), 장인.사위 듀엣(향수), 부자+사위의 남성 트리오(두개의 작은 별), 삼 모녀의 여성 트리오(Dona Nobis Pacem), 두 딸의 '젓가락 행진곡' 연탄 등 가족간 다양한 조합의 레퍼터리가 선사된다.

특히 윤씨는 오프닝곡 '비의 나그네'를 시작으로 '조개껍질 묶어(라라라송)''하얀 손수건' 등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고, 2부 중간에 6촌형인 윤동주(尹東柱) 시인의 '별을 헤는 밤'을 낭송해 분위기를 돋울 예정이다.

"한마디로 이번 공연은 통기타 가수인 제가 순수음악을 한 자녀들과 함께 크로스오버 형식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출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며, 왜 소중한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대가 될 겁니다."

*** 온 가족이 무대체질

윤씨가 그동안 막연하게 가졌던 가족공연의 꿈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2001년 초. 두 딸과 사위(둘째)가 음악을 전공한 데다 나머지 식구들도 나름대로 일정수준을 갖췄다는 판단에서였다. 사실 그의 가정엔 음악적 역량이 넘쳐난다.

윤씨 말고도 서울대 음대 작곡과를 거쳐 현재 버클리음대 대학원에서 뮤지컬 작곡을 전공 중인 맏딸, 오스트리아 모차르트음악원을 마치고 이탈리아 베르디국립음대 졸업반인 차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1회)출신으로 이탈리아 유수 음악원을 두루 거치고 재작년 제1회 '레나타 테발디' 국제 콩쿠르에서 1등을 하는 등 성악가(바리톤)로 활동 중인 둘째 사위는 모두 프로다.

여기에다 아마추어라고는 하지만 부인도 어려서부터 방송에 출연할 정도의 피아노 실력에다 30여의 성가대(소프라노)경력의 소유자이고, 의사인 맏사위 역시 고교 시절 뮤지컬을 작곡할 정도로 '끼'가 있는 데다, 보스턴 칼리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아들까지 기타.클라리넷 연주에, 노래에 못하는 게 없을 정도다.

하지만 윤씨 가족의 공연이 결실을 보기까지는 걸림돌도 많았다. 사실 지난해 1월 카네기홀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공연 신청을 한 지 1년 만의 일이었다.

윤씨 외에 다른 식구들의 실력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애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할 사람들"이라며 "한 가정의 삶이 무엇이며, 그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꼭 카네기홀을 통해 보여주고 싶고, 그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리고 4개월 뒤, 재심사를 거쳐 윤씨에게 온 통보는 '오케이'였다. 가장 큰 공연장(2천8백석)을 이틀 연속으로 내주는 파격도 곁들여서.

윤씨네 가족은 지난 1월(일본)과 4월(미국)에 모두 4주 동안 리허설을 가진 데 이어 다음달 11일부터 공연 직전까지 마무리 연습을 할 계획이다. 한국과 미국, 이탈리아에 나뉘어 살고 있어 모이기도,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네들은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번 공연이 힘들어하는 가정들에 꿈을 심어줄 수 있으리란 믿음에서다.

*** 가족 소중함 알릴 것

9년 전부터 '한국사랑의 집 짓기운동' 홍보이사로 활동 중인 윤씨의 뜻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의 부제가 '가정 대 가정(Home to Home)'인 것도, 수익금의 전부를 영동지역 '루사' 이재민 보금자리꾸미기에 쓰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알로에마임(2채), 이랜드(2채), 세이브존(1채) 등도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이번 공연엔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과 밀러드 훌러 해비타트 총재도 참석할 예정이다. 공연문의= 국내: 지오 코리아 02-508-2145, 미국: 201-563-3949.

이만훈 사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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