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고3들과 '즐거운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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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수사는 어떻게 하죠?" 검찰총장과 고3 수험생의 대화가 20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15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학생들이 황 교수 수사에 대해 묻자 정상명 총장이 웃고 있다. 김성룡 기자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한 검찰수사는 어떻게 되나요."(청담고 노강산군)

"사형제 폐지에 대한 검찰총장의 소신을 듣고 싶습니다."(가락고 김상협군)

2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 오후 3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고3 수험생과의 대화'에서 정상명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질문 공세를 받았다. 특히 "과거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어떻게 바뀌고 있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정 총장은 "전설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그 표현을 다시 듣게 돼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최근 수능시험을 치른 서울 시내 11개 고교생 80여 명이 대검 견학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는 소식에 정 총장이 "인생의 선배로서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고 해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외부 견학생에게는 대검 공보관이 검사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정 총장은 "검찰 수사는 최후에 나와야 국민이 편해진다" "사형제 폐지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학생 질문에 답했다. 딱딱한 법이론을 쉽게 설명하면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등의 관련 격언을 인용하는 등 1일교사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어 공부에 고생한 과거를 회상하며 "영어 노래 100개쯤 외워 부르면 실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 총장은 "학생들이 입시에 고생하면서도 많은 고민과 생각을 가진 것을 알게 돼 흐뭇하다"며 "여행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으라"고 당부했다. 행사를 마친 뒤 정 총장은 '카네기 인간관계론' '두 글자의 철학' 등의 책을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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