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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표면화하는 일 양다리 외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의 대북한 접근움직임이 두드러지고있다.
일본정부는 5월 중순 북한사회과학대표단의 일본입국을 허용한데 이어 하순에는 알제리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인민대회에 참석하는 조총련대표단에게 출국 및 재입국을 허용하는 선심을 썼다.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오는 21일로 예정된 일조우호촉진의원연맹 전회장 「구노·쥬지」(구야충치)의 북한방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구노」는 집권 자민당에 몸담고 있으면서 71년 일조우호촉진의원연맹이란 친북한단체를 만들어 회장에 취임, 수시로 북한을 드나들며 일-북한무역대표부의 설치, 항공협정의 체결 등을 추진해 왔으며 현준극등 북괴요인들을 일본에 불러들이는등 일본의 대북한창구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작년 11월 총선에서 낙선, 의원자격을 상실함으로써 일조의원연맹의 회장감투도 날아가 버렸지만 북한측은 아직도 이용가치가 있다고 보고 최근 이를 평양으로 초청했다.
그의 북한방문은 북한측의 개인적인 초청에 의한 것이라 하나 그를 보내는 일본정부의 태도를 보면 정부의 특사로 파견되는 인상이 짙다.
「나까소네」(중증량강홍)수상은 15일 직접 그를 만나 북한방문활동에 대한 기대와 격려의 뜻을 표명했다.
이 자리에서 「구노」는 일-북한민간어업협정의 연장등 현안문제해결을 위해 『조일친선협회회장 현준극을 단장으로 하는 대규모대표단의 일본방문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당돌한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나까소네」수상은 『그같은 구상이 꼭 실현되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격려하고 특히 그 『시기가 매우 좋다』고 기대를 표명했다는 얘기다.
일본정부가 이같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나까소네」수상은 자신의 발언이 너무 성급하다 싶었던지 『외무성과 협의하라』고 꼬리를 달았으나 이날 하오 외무성측에서는 재빨리 『민간어업협정교섭단의 방일마저 막을 생각은 없다』고 북한대표단의 입국에 청신호를 띄웠다.
사회과학자 대표단의 입국때도 그랬고 「구노」의 북한방문에 대해서도 외무성측은 『랭군사건에 대한 제재의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나타난 일본측의 자세는 제재조치 이전보다 북한측에 훨씬 가깝게 접근해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마저 주고 있다.
이같은 일본정부의 태도변화에 대해 일본매스컴들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바라는 국제적 움직임에 상응한 조치』(6월9일 NHK)라고 변호하던가, 북한의 대일 접근움직임에 따른 당연한 조치인 것처럼 설명(6월16일 독매신문)하고 있으나 한국의 대통령을 초청해놓고 북한측 대형대표단의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태도는 표리부동한 2중 외교·양다리외교의 마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일본의 이같은 2중 외교자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81년6월 일본을 방문한 북괴 현준극이 정치선전을 하다 일본정부로부터 경고를 받는등 망신을 하고 돌아간 이후 북한과의 관계가 냉각되고 일본이 바라는 민간어업협정연장교섭이 어려워지자 일본측은 여러 차례 북한에 추파를 보낸바 있다. 「나까소네」1차 내각때인 83년 봄 「아베」 (안배진태낭) 외상이 여러 차례 북한과의 관계개선 발언을 하다 우리정부의 항의로 주춤한 것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후 랭군암살테러사건이 일어나자 일본정부는 대북한 제재조치를 취하는등 한때 확고한 자세를 보이는 듯 하더니 결국은 다시 북한 쪽에 손을 내밀고있는 것이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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