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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좌향좌 행진' 계속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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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볼리비아의 좌파 대선 후보인 에보 모랄레스(가운데)가 18일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채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회주의운동당을 이끌고 있는 그는 이날 중간개표 결과 득표율이 50%를 넘으면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코차밤바 로이터=뉴시스]

중남미에 다시 좌파 돌풍이 불고 있다. 베네수엘라 총선과 칠레 대선에 이어 18일 실시된 볼리비아 대선에서도 좌파가 승리를 굳히고 있다. 내년에 대선이 예정돼 있는 9개국 중 일부 국가에서도 좌파나 중도 좌파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 볼리비아 좌파 대통령 유력='제2의 차베스''볼리비아의 체 게바라'로 불리는 에보 모랄레스(46) 사회주의운동당 후보가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모랄레스 후보는 이날 출구조사에서 51%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된 데 이어 중간개표 결과에서도 득표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자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수천 명의 지지자에게 행한 연설에서 "국민이 기대하는 공명정대, 평화, 그리고 변화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을 지낸 우파의 호르헤 키로가 후보도 패배를 시인했다.

◆ 다른 나라도 상황은 비슷=중남미에서는 내년에 브라질.멕시코.콜롬비아.페루.베네수엘라.에콰도르 등 9개국에서 대선이 실시된다. 결선투표와 의회투표를 치를 칠레와 볼리비아를 합하면 11개국이다.

외신들은 내년에도 좌파 강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AFP 통신은 중도 우파가 집권하고 있는 페루의 경우 내년 4월 선거에서 좌파 여성 후보 루데스 플로레스의 당선이 점쳐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자유화를 지지하는 멕시코에서도 7월 대선에서 좌파로의 정권 교체가 유력한 상황이다. 에콰도르에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좌파 왜 득세하나=무엇보다 반미.반부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좌파 인사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네수엘라다. 지난달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여 정당들은 야권의 선거 불참 등에 힘입어 의회를 완전 석권했다. 베네수엘라를 포함해 남미의 좌파 정당들은 빈곤층에 복지 확대를 약속하는 동시에 주요 생산시설의 국유화를 주장하고 있다. 빈부차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도 좌파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전체 남미 인구 5억5000만 명 가운데 2억2000만 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 중 1억 명은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사는 절대 빈곤층이다.

◆ 미국의 반응=미국은 중남미의 좌경화에 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남미 좌파의 맹주로 불리는 차베스 대통령이 오일 머니로 주변 국가들을 회유하는 것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차베스는 카리브해 국가들에 석유를 싼값에 제공키로 하는가 하면, 아르헨티나의 외채를 대신 갚아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는 차베스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등에게 손을 내밀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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