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내용서 과격성 보인「80년대 문학」|문학평론가 김병익씨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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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0년대의 문학은 형태적 실험을 극도로 밀고 나가는 형식적 과격성과 문학을 통해 드러내고 주장하는 메시지를 사회개혁적 의도로 접근시키는 내용적 과격성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무크지·동인지가 주도하는 80년대 문학을 이같이 분석하면서 그것은 8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이 불투명한데서 생기는 것이며「민중」을 어떻게 파악하고 전망하느냐 하는 고뇌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여종에 달하는 무크지·동인지가 80년대 초부터 나타나 전성시대를 이루고 있다고 본 김씨는 이들이 다양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크지·동인지들은 시를 경제활동의 부산물로 보거나 정치·사회운동의 일환으로 문학의 용도를 한정하기도 하고 꿈과 초원이 문학의 본성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다.
또 시·소설·비평 같은 전날의 문학 카테고리가 대폭 확대되어 구비전승의 민요나 민담 ·가사·유행가·마당극 집단창작극·근로자수기·일기·편지까지 문학으로 받아들이는 개방성을 보이고 있다. 김씨는 이같은 다양함과 개방성의 밑바탕에는 과격성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소설의 이인성과 최수철, 시의 황지우 등은 형태의 과격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소설에서는 기존의 문체에 대한 파괴를 자행하여 정통적 산문플롯을 거부하며 의식의 흐름, 자아의 분열을 추적하는 등 소설을 비소설적으로 난해하게 읽도록 만들고 있으며, 황지우의 시는 신문기사와 만화까지 도입되는 등 파격이 많다는 것이다. 내용의 파격성에는 근로자의 고통과 분노가 있는 그대로, 경험 그대로의 현장성과 함성으로 노출된다. 또 분단의 설움과 억압에의 항의가 직설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같은 현상을 사회적 양상에 대한 문학적 접근이 아직 적절한 태도를 확정짓지 못하여 실험성과 급진주의 등으로 분열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70년대 여러 작가들 즉 황석영·윤흥길·조세희씨 등에 의한 산업화시대에서의 소외계층의 문학적 의식과 접근이 80년대에 와서는 시쪽으로 넘어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 시에서의 메시지가 예언적이든 반영적이든 현실에 대한 관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면 시를 통해서 보는 우리사회는 70년대보다 더 심한 계층적 갈등을 겪고 있으며 소외 계층의 삶의 양상은 더욱 고통스러워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반대로 노동의 현장성, 소외집단의 고통에 대한 묘사는 거의 완벽하게 제거되고 있으며 실험적인 것이거나 소재 선택 등을 통해 오히려 중산층의 의식을 보여줌으로써 중산층의 정착을 드려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상이한 사회인식이 어떻게 설명될 수 있으며 우리사의 구조는 어떤 단계에 와 있는가를 규명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 문학의 방향을 점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보았다. 그는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민중·민중문학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70년대 우리사회가 정치적으로 폐쇄화되어 있었고 경제·사회적으로 소수의 거대기업과 다수의 근로자 계층으로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역사적 개념으로「민중」이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는 뜻이 그대로 그 당시의 상황에서 대응되었고 80년대에도 유효하다고 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80년대 중반 이후의 우리사회에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달라질 것인지, 또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어떠한 것인지가 빨리 밝혀져야 하며 그에따라 문학도 방향이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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