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속 10대 남매 방치한 어머니…경찰에 붙잡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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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수원소방서 제공]
[사진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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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L 페트병 수백 개, 먹다 버린 컵라면 용기가 담긴 검은 비닐봉지 등 쓰레기가 가득한 아파트에 10대 남매 2명이 방치된 채 발견됐다. 집안에서 수거한 쓰레기만 100L 봉투 200여 개, 무게는 6t에 달했다.

쓰레기 더미에서 생활하던 남매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6일 오후 4시30분쯤. “수원시 권선동 Y아파트 308호 베란다에 한 남성이 옷을 벗고 매달려 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이 남성은 혼자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119가 옥상에서 로프를 이용해 베란다로 진입했다. 당시 집안에는 베란다에 매달렸던 Y(19)군과 여동생(17) 등 남매 2명만 있었다. 어머니 A(56)씨는 출근했고 아버지는 함께 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대원과 경찰이 집안에 들어서자 집안은 쓰레기 더미로 가득하고 악취가 진동했다. 거실은 물론 작은 방과 안방 침실, 화장실까지 발 디딜틈 없이 쓰레기로 가득했다. 작은 방에는 쓰레기가 1.5m 높이로 쌓이기까지 했다. 당시 청소를 담당한 권선구청의 한 직원은 "쓰레기를 발로 걷어내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곰팡이와 악취가 밴 이불과 침대까지 모두 버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수원서부경찰서는 10대 남매를 쓰레기 더미속에 방치한 혐의(아동학대)로 어머니 A씨를 조사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은 입원시키고 딸은 지역 아동보호기관에 보냈다. 또 A씨가 아이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남매를 방치한 이유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형사 입건할 계획이다.

수원=임명수 기자 lm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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