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활짝 '열린 어린이집' … CCTV 안 봐도 훤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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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열린어린이집’의 모범 사례로 제시한 서울 제기동의 해오름어린이집에서 원아들이 부모와 함께 새싹 비빔밥을 만들어 먹고 있다. [김상선 기자]

“엄마, 내가 만든 비빔밥 맛 보세요. 아~”

 다섯 살 정현이가 비빔밥 한 술을 떠서 엄마에게 건넸다. 정현이의 얼굴은 뿌듯한 표정이 가득했다. 엄마 장은영(38)씨는 딸이 밥을 쓱쓱 비비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27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해오름 어린이집의 만 5세 반 푸른반 수업에선 정현이를 비롯한 원아 9명과 학부모 10명이 북적댔다.

 이 어린이집에선 한 달에 한번 이렇게 부모 참여 수업이 열린다. 매달 수업 내용이 달라지는데 이날은 새싹비빔밥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아이들은 엄마·아빠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자그마한 손으로 직접 밥을 퍼 담고, 밥 위에 색색의 새싹을 올리고 양념 간장을 뿌렸다.

 정현이는 다른 어린이집에 다니다 지난달 이곳으로 옮겼다. 장씨는 “예전엔 어린이집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찜찜했는데, 여기로 옮겨온 뒤로는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을 자주 들여다 볼 수 있어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열린어린이집’의 모델이다. 부모를 보육과정에 참여시켜 아이들의 평소 모습을 공개한다. 무엇보다 건물 구조도 열린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보육실은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인다.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현관에서도 볼 수 있다. 출입문엔 투명한 창이 달려 있다. 보육실·식당·공용 놀이공간이 한눈에 들어오는 개방형 구조다. 그래서 특히 영아를 자녀로 둔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보육교사 한연희(43)씨는 “새학기인 3월 한 달 동안엔 학부모님들이 창문 가에서 아이들이 적응을 잘하는지 지켜보곤 한다”고 말했다. 생후 12개월된 송금찬군의 어머니 김문성(38)씨는 "아직 말을 못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처음 보내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린이집이 부모들에게 항상 개방돼 있어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부모가 보조교사·특별활동 교사로 보육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일반 어린이집과 다른 점이다. 이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위원 7명 가운데 과반수(4명)가 학부모 대표고, 3개월에 한 번씩 열린다는 점도 일반 어린이집과 구별된다. 운영위원회에선 급식 업체·특별활동 선정 등 어린이집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결정한다. 보통은 학부모 대표 한두 명이 참여하고 1년에 두 번 열린다.

 이날 해오름어린이집을 찾은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5월부터 이곳과 같은 열린어린이집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공립 어린이집 위주로 열린어린이집을 지정하고, 민간·가정어린이집이 열린어린이집으로 전환해 운영할 경우 특별 지원금도 줄 계획이다. 이재인 한국보육진흥원장은 “열린어린이집처럼 어린이집과 학부모가 긴밀하게 소통을 해야 신뢰도도 높아지고 보육의 질도 개선된다”고 말했다.

글=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열린어린이집=보건복지부가 안심 보육 대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학부모 참여형 어린이집. 개방형 보육실, 보육활동 부모 참여, 운영위원회 학부모 대표 확대 등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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