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화요일] 노엄 촘스키 인터뷰 … 디지털 시대 언론을 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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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 노엄 촘스키 MIT대 교수. 저서 『합의 조작(Manufacturing Consent)』 등을 통해 주류 미디어와 권력의 관계에 대해서도 날 서게 비판해 왔다. 본지 객원기자이자 영미권 인터넷 대안 언론 ‘바이라인(Byline)’ 대표인 이승윤씨가 ‘미디어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촘스키 교수를 인터뷰했다. 지난달 창간한 바이라인에는 ‘집 없는 억만장자’ 니콜라 베르그루엔, 이재웅 다음 창업자 등이 초기 투자했고,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미국 보수 정론지 ‘내셔널 리뷰’ 편집장 리한 살람 등이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편집자주>

영문 인터뷰 전문 www.byline.com 참조.

 촘스키 교수를 만난 곳은 학교 연구실. 87세의 그는 아직도 몇 백 통, 심지어 몇 천 통의 e메일을 받는데 새벽 5시까지 밤을 새우면서 일일이 답장을 한다. 한국인 방문객에 대한 배려인지 그는 ‘노암 촘스키: 테러리즘과 문화’라고 한국어가 적혀 있는 컵으로 물을 마시며 인터뷰를 했다.

 촘스키는 디지털 시대의 언론 민주화는 허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수많은 네티즌의 글은 결국 저널리즘이라기보다는 의견 표출에 지나지 않으며, 제대로 된 저널리즘 뉴스의 공급원들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언론의 다양성이 줄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만인에게 의견 표현의 자유를 약속했던 인터넷이 정부와 대기업의 감시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민 저널리즘에 의해 주류 언론의 힘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인데.

 “인터넷이 전에 없었던 기회를 많이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언론 환경은 변한 게 별로 없다. 오히려 독립 언론의 급격한 쇠퇴가 눈에 띈다. 언론의 생태계를 쥐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언론사들이 아니다. 언론은 더 이상 자유로운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없다. 독자에게 스토리를 전달하는 모든 핵심 통로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렸다. 이제 언론의 생태계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소수의 사적 기업에 장악되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크레이그 리스트 등 새로운 인터넷 플랫폼들이 기존 언론들이 수행하던 저널리즘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 아닌가.

 “우크라이나, 시리아, 워싱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나는 뉴욕타임스와 다른 메이저 미국 언론들의 글들을 읽을 것이다. 또 AP와 같은 통신사, 영국 언론사들의 글들을 찾아본다. 트위터는 신경 안 쓴다. 트위터를 본다고 딱히 얻는 게 없다. 트위터는 저널리즘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보여준다. 그 의견들조차도 매우 짧고, 결론적으로 매우 피상적이다.”

 -인터넷이 언론의 민주화와 다양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견됐었다.

 “도리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언론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 대중이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언론들은 계속 줄어들고, 뉴스 소비를 소수의 거대 언론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보스턴글로브를 예로 들어 보자면 원래는 정말 좋은 신문이었다. 요즘은 30여 년 전에 비하면 정말 형편없다. 지역 뉴스가 조금 나오고, 통신사와 보스턴글로브를 소유한 뉴욕타임스 기사를 받아 쓴 기사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런 일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언론이 더 다양해지는 것이 아니라 독점적인 시장 구조로 변하고 있다. 뉴스의 공급원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저서 『합의 조작』을 통해 주류 언론이 기득권 엘리트들을 위한 선전 도구라고 비판했다. 새롭게 뉴스의 유통을 잡고 있는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마찬가지일까.

 “그렇다. 구글 검색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 모두가 다 안다. 검색하면 처음 나오는 제품들은 구글에 광고를 내는 제품들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처럼 구글도 당연히 사용자들에게 전달할 정보를 선택하는 데 있어 특정한 메커니즘이 있다. 또 구글을 포함한 거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개인의 신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감시를 한다. 그들은 수많은 사용자의 신상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감시해서 사용자들의 습관과 행동을 다 파악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장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선별해 보여준다. 그들은 미국 중앙정보국보다 훨씬 더 시민 개개인을 감시하고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

 -주류 언론들을 비판했지만, 에드워드 스노든 문건을 통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가디언도 주류 언론이다.

 “그들은 직업정신이 투철한 저널리스트들이고 그것을 진정성 있게 보도했다. 그 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가령 베트남전쟁에 대한 여론을 결정적으로 바꾼 ‘구정 공세’(1968년 1월 베트남 전투의 하나) 보도도, 그 자체는 매우 진정성 있고 용감하고 정확하고 전문적이란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정부 선전의 근본적인 어젠다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베트남전쟁이 근본적으로 정의로운 전쟁이었는가에 대한 명제는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 또 워터게이트나 기업 비리 보도를 예로 들면 기업 비리에 대한 가장 좋은 보도는 비즈니스 전문 신문에서 많이 나온다. 합리적인 기업인들은 기업 생태계의 장기적 유지를 위해 기업 비리 보도를 관대하게 용인한다. 특히 비즈니스 전문 신문들은 정부의 사생활 침해나 기업에 대한 간섭을 강화시킬 것 같은 정책들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그들(기업)은 자신들을 방해하고 간섭할 강한 정부를 원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진보지의 상징인 가디언도 경영 압박 때문인지 최근 네이티브 광고(기사형 광고)에 동참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까지 네이티브 광고가 유행이다.

 “네이티브 광고가 원래 없던 문제를 생기게 한 것은 아니다. 원래 있으면 안 될, 광고주에 대한 의존을 더 급격히 강화시키고 있다. 더 대놓고 광고주에게 의존하는 것이다.”

 -촘스키 교수의 절친이자 존경받는 탐사 보도 전문기자 존 필저(John Pilger)가 한화로 1억원이 넘는 금액을 자신의 최근 프로젝트를 위해 펀딩했다. 저널리스트와 언론사들이 광고주와 사주의 압력에서 벗어나 독립 언론의 새 장을 열 방법은 무엇일까.

 “크라우드 펀딩이 독립 언론을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동시에 노동운동을 강화해 노조들이 운영하는 신문들을 다시 살리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최근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이 있었다. 제한 없는 언론의 자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지지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무책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다 누군가 독가스 수용소에 유대인을 보내자는 광고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나는 이게 정부에 의해 강압적으로 멈춰지는 것은 반대하지만, 이런 광고를 올리는 행위를 지지하지도 않는다. 샤를리 에브도는 무책임했다. 예의 없는 사춘기 소년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이것이 테러와 사살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무책임으로만 보면 미국·영국 정부가 21세기 가장 잔혹한 범죄인 이라크전쟁을 저질렀을 때 영미권 주류 언론들이 앞장서서 정부를 지지하거나 묵인한 것이 더 심하다. 그 보도는 이라크라는 나라 자체를 송두리째 파괴했으며 종파 간 분쟁을 극도로 심화시켜 중동 전체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이때 주류 언론의 태도는 무책임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보도를 할 자유를 억압하자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하지 않는다.”

이승윤 바이라인 창업자·CEO seungyoon@by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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