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엔진기술 이전해야 중국 공장 증설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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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차가 현대차에 엔진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18일 "베이징차가 지난달 2공장 부지 매입 조건으로 엔진 기술을 요구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차는 1600㏄ 알파 엔진과 2000㏄ 세타 엔진 기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엔진 기술 이전은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운 채 중국 정부와 협상하고 있다. 현대차는 2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00만 평 규모의 새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는 베이징차와 2002년 10월 지분 50 대 50으로 합작해 '베이징현대차'를 설립했다. 현재 아반떼.뉴쏘나타.투싼 등을 베이징 1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초 1공장 옆에 세타 엔진 공장을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베이징차는 이때 자사 인력을 보내 기술을 이전받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베이징을 방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차관급)과 왕치산(王岐山) 베이징 시장에게 "2005년 하반기 연산 30만 대 규모의 2공장을 설립하겠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베이징시는 협조를 약속했다. 현대차 중국사업실 관계자는 "김치 기생충 파동 이후 중국 정부는 한국 기업에서 얻을 것은 확실히 챙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며 "엔진 기술 이전 요구도 이런 기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세계 10대 자동차 업체들과 합작 형태로 자동차를 생산해 왔다. 하지만 생산 모델이 구형인 데다 엔진 기술을 이전받지 못해 승용차 독자 생산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현대차가 진출 3년 만에 중국 자동차 시장 수위권에 오를 만큼 공격적으로 규모를 늘려와 베이징차에서 이에 대한 대가로 엔진 기술을 요구한 것 같다"며 "엔진 기술을 주면 앞으로 베이징차가 독자적으로 차를 생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현대차는 올 5월 중국 자동차 업체로는 최단 기간인 17개월 만에 누계 생산 10만 대를 돌파했다. 2공장 건설이 지연됨에 따라 중국에 동반 진출한 현대모비스 등 다섯 개 부품업체도 증설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연산 30만 대의 2공장을 올 하반기 착공, 2007년 초 완공할 계획이었다. 2공장이 예정대로 완공되면 현대차는 연간 60만 대를 생산해 중국 최대 단일 생산공장을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는 2공장에서 ▶클릭 ▶베르나 ▶신형 레저용차(RV) 등 3개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1, 2공장 합쳐 총 6개 모델로 소형.중형.RV 등 풀라인업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김태진 기자

현대차, 중국 진출 일지

▶2002년

- 5월 베이징차와 50대 50 합작공장 설립 조인식

- 10월 중국 정부로부터 승용차 생산 비준 획득

- 12월 쏘나타 1호 차 생산

▶2003년

- 12월 아반떼XD 출시

▶2004년

- 5월 중국 자동차 업계 최단기간 10만 대 생산 돌파

▶2005년

- 5월 베이징 1공장 15만 대에서 30만 대로 증설

- 6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

V) 투싼 출시

- 9월 뉴쏘나타 출시

- 11월 베이징차, 2공장 부지 매입 조건으로 엔진 기술 요구

▶2007년 베이징 제2공장 완공 예정

▶2008년 현대.기아차 100만 대 생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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