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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고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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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한창 딸기철이다. 밭딸기가 선을 보이면서 색깔도 맛도 한결 싱그러워졌다.
과일은 흔히 남양산을 첫째로 꼽지만 딸기쯤 되면 바나나나 무화과가 부럽지 않다. 풍미로도 그렇고, 향기도 고상하다.
성분으로 치면 비타민C가 딸기만큼 많이 들어 있는 과일도 드물다. 그밖에도 비타민A·B, 칼슘 등 살아있는 영양소의 덩어리다.
딸기의 원산지는 유럽이다. 14세기에 벌써 프랑스에서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때의 딸기는 크기가 도토리만 했다.
요즘의 아기 주먹만한 딸기는 중남미가 산견지다. 학명은 「프라가리아· 킬로엔시스」.
이런 고사가 전한다. 1714년 프랑스「루이」14세가 칠레에 파견했던 사절단이 현지에서 『계란만한 딸기』를 보고 모종 5그루를 얻어 갔다. 프랑스에 옮겨 심은 칠레 딸기는 봄이 되어도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 수딸기였다.
식물학자들은 실망하지 않고 유럽 원산 딸기와 교배를 시도했다. 지금의 큰 딸기는 그 후예들이다.
특히 원예술에 능한 네덜란드 사람들은 딸기 보급의 선구자다. 품종 개량을 거듭해 크기와 맛과 향기가 뛰어난 딸기를 만들어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글을 보면 낯선 딸기 이름들이 등장한다. 방석딸기,중딸기, 장딸기, 나무딸기, 감대딸기, 곰딸기, 닷딸기, 배암딸기. 필경 근거 있는 속명들 같은데, 그 제각각의 특색이 궁금하다. 때때로 보는 산딸기는 빛깔은 그럴듯하지만 맛은 별로다.씨앗마저 깔깔하다.
딸기 품종은 네덜란드 딸기의 경우2 6가지나 된다. 이들은 맛의 델리커시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우리나라 밭딸기는 익을 무렵이면 쌀겨를 바닥에 뿌려준다. 신맛을 줄이고 단맛을 진하게 한다. 딸기가 열릴 무렵이면 그 밑에 지푸라기를 펴놓는다.「스트로베리」라는 영어명도 「지푸라기위의 열매」라는 뜻이다. 이런 딸기는 씻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된다. 물론 요즘은농약 세례로 그렇게 마음놓고 먹을 딸기는 없다.
딸기재배가 세계에서 가장 번성한 미국에선 딸기를 맛있게 먹는 법도 가지가지로 많다. 그것을 여기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도 딸기를 두고두고 먹는 방법을 널리 개발했으면 좋겠다. 기껏해야 잼 정도인데, 그보다 풍미를 잃지 않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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