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금리」에 집중타 예상|6개국 한바탕 "성토" 벌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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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월7일부터 9일까지 3일간은 세계뉴스의 초점이 런던으로 집중된다.
세계각국에서 3천여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24시간 취재경쟁을 벌이게되고 서방의 주요 신문과 TV·라디오는 이들 기자들이 송고한 기사를 연일 톱뉴스 및 해설로 보도하게 될 것이다.
이 기간 중「레이건」미국대통령을 비롯해「대처」영국수상 「콜」서독수상 「나까소네」일본수상,「미테랑」 프랑스대통령 「트뤼도」 캐나다수상,「크랙시」이탈리아수상 등 7대 선진국정상과 EEC위원장 「가스톤·토른」이 런던시내 랭카스터 하우스에 모여 제10차 경제정상회담을 열고 세계경제문제와 그 전략을 논의한다.
이와 함께 따라온 외상과 재상들이 별도로 외상회의 및 정상회의를 갖고 현안문제를 토의하게된다.
주최국 영국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이 경호문제다.
영국정부는 참가국정상의 비밀경호원들이 무기 휴대하는 것을 일체 금하고 대신 영국경찰이 최신무기와 장비로 무장, 경호책임을 맡게 했다.
런던은 리비아와 시리아에 본거지를 둔 테러조직의 테러행위가 빈발하는 곳이고 더구나 리비아와는 단교까지 하는 등 관계가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경호문제에 특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
또 「레이건」대통령을 겨냥해서 회담기간중 대규모 반핵시위가 계획되고 있어 런던의 경찰은 휴가도 취소하고 특급비상작전에 돌입했다.
이러한 경호작전은 지난 81년「찰즈」 황태자의 결혼식이래 최대규모다.
정상들의 사흘간 잔치를 위해 영국정부가 지출하는 돈은 무려2백50만파운드 (약 30억원).
런던경제정상회담에서는 확전일로에 있는 걸프전쟁·동서관계, 그리고 테러방지대책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의제 가운데 최대 이슈는 미국의 고금리. ·
미국정부의 방대한 재정적자와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지도 모를 개도국의 외채문제가 얽혀있어 미국을 제외한 6개국이 한바탕 성토를 벌일 것이고 미국은 수세에 몰릴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금리는 인플레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미물가상승률4∼5%) 올 들어 1·5%(프라임 레이트기준) 나 올라 현재 12·25%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고금리를 버티고 있는 큰 이유는 막대한 재정적자 때문이다. 미국의 고금리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올해1천2백억달러) 를 보전하기 위해 국제금융시장의 돈을 긁어모으는 수단이 되고있기도 하다.
이러한 미국 고금리정책은 미국내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국제유동성의 편중 내지 왜곡을 초래하고 다른 나라의 금리도 부채질하게 됨으로써 인플레 촉진 또는 성장정책제약이라는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좀더 절실한 문제는 고금리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외채상환부담 가중이다.
7천여억달러의 외채를 지고있는 개도국으로서는 금리1%인상도 대단한 부담이 된다. 고금리와 관련해서 미국의 달러화가 이상고평가되어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있다.
달러화는 작년 정상회담 후 1년간 영파운드에 대해 15%, 서독 마르크에 대해 10%올라있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6개국 정상들은 미국에 대해 재정적자를 과감히 축소할 것과 고금리정책을 재검토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세계경제를 불황의 늪으로부터 이끌어내어 회복국면에 진입시킨 공이 큰바 「미국의 기관차역할」론을 내세워 공격의 예봉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 부채문제에 대해선「미테랑」 프랑스대통령 등이 획기적인 경감대책을 주장하고 있으나 가장 많이 물려있는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성질이 아니라 국가별·은행별로 해결될 문제라는 입장을 지키고있다.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책도 이번 회담에서 많이 논의될 것이다.
이번에는 막대한 무역수지흑자 때문에 집중 비판을 받아오고 있는 일본이 앞장서서 보호무역주의의 벽을 낮추는 새로운 제안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장벽의 완화에 대해선 프랑스·이탈리아 등이 소극적이고 일단 구체적인 품목과 방식에 들어가서는 제각기 입장이 엇갈려 합의를 보기가 어려운 대목이다.
잘하면 무역장벽완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까지는 합의를 볼 가능성도 있다.
경제문제와 떼어놓을 수 없는 걸프전쟁에 대해선 각국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할 것은 뻔하지만 공동입장을 취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란에도 이라크에도 편들 수 없는 입장인데다 프랑스는 이라크에 액조세미사일을 공급하고 있고 영국은 이라크를 더욱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등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란·이라크 두 나라에 대해 전쟁행위를 빨리 종식하라고 촉구하는 정도로 끝낼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테러리즘에 대한 공동대책은 영국측에서 제기할 준비를 갖추고있다.
지난4월 리비아측이 주런던대사관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을 중시하고있는 영국은 빈외교관협정을 고쳐 국제테러분자에 대해선 외교 면책특권의 부여를 박탈하자는 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지난 75년 당시 「지스카르-데스탱」프랑스대통령과 「헬무트·슈미트」서독수상의 주도아래 시작된 경제정상회담은 원래 영향력이 큰 서방공업국의 정상들이 격식을 뗘나 흉금을 터놓고 세계경제문제를 협의해 대처해나가자는 취지였다.
그것이 지금은 엄격하고도 격식있는 모임으로 변모했다.
이번 회담의 전망에 대해 주최국정상으로 사회를 보게될 「대처」 영국수상은 『기적을 기대하지 말라』고 미리 배수진을 쳤다.
마침 세계경제가 낮은 인플레율과 회복국면을 보이고있는 중에 열리는데다 미·일·영·서독지도자의 보수성과 「미테랑」 대통령의 우선회정책 등 참가자들의 면모가 회의분위기를 다른 때보다 부드럽게 해줄 것이다.
이번 회담은 결과의 여하보다도 미국유권자들에게 TV·신문을 통해 크게 보도됨으로써「레이건」 미국대통령에게는 절호의 선거운동효과를 거두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작년 윌리엄즈버그회의때는 「대처」수상이 그 덕을 보았던 것이다.
「대처」는 「레이건」의 재선을 의식해 벌써부터 미국을 공격하는 것을 삼가고있다.【런던=이제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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