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지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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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비빕밤·불고기가 힌국색 짙은 음식인 것처럼 통틀어 전(지짐)으로 불리는 저냐·간병·부침개는 그 조리법이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음식이다.
현대에 들면서 전과 대의 구분이 분명치 않게 쓰이고 있다.
지방에따라 전을 적으로 부르는 곳이 있고, 또 요리서 등에도 이를 혼용하는 경우가 있다.
적은 그 대표적인 형태가 산적으로 음식재료서 꾜챙이에 꿰어 굽거나 지지는 것인데, 요리 연구가들은 전보다 한발 앞선 조리법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은 화전이나 빈대떡처럼 음식재료를 번철에 지쳐내는 것과 또 음식 재료에 밀가루나 계란·찹쌀가루등의 옷을 입혀 지져내는 조리법을 가리킨다.
전은 번철이란 용기가 나온후에 발달할 수 있었던 음식인만큼 직화에 구울 수 있는 적보다 뒤에 나타난 형태임을 짐작 할 수 있다.
조선시대말의 하당전회에 나온 참새저냐를 보면 『참새의 털을 정히 뽑아 쇠고기와 함께곱게 다져 양법한 후 화전같이 얇게 만들어 밀가루를 약간 묻혀 계란용 씌운후 번철에 지쳐 초장을 곁들인다』고 했다.
참새전유는 겨울철의 일미로 꼽힌다.
여름철의 전으로 남경번씨(속리산 경화식당 주인)는 장떡을 추천하고 있다.
빈대떡이 서울과 경기지방의 음식이고 부추전이나 미나리·파전이 남도의 것이라면 장떡은 전국 어디서나 일반가정에서 즐겨 해먹는 음식에 속한다.
밀가루 2컵, 물 2컵. 진간장 1큰술, 고춧가루 2큰술 고추장 2큰술, 풋고추 10개, 파 2뿌리, 햇마늘 약간 등의 재료를 고루섰어 반죽을 묽게하고 번철에 기름을 둘러 달군 후 한국자씩떠서 얇게 부쳐낸다.
간식으로 쓰려면 짜지 않게하고, 밤참으로 쓰려면 약간 짜게하라고 남씨는 말한다.
저냐로는 굴·두룹·새우·생선· 버섯·호박·북어·간처념 등 대부분의 식품이 재료가 될 수 있는데, 밀가루로 부친 것은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계란으로 부친 것은 초간장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월병은 초장으로 쓰는 전을 부르는 이름으로 산적이나 저냐, 꼬챙이에 꿰지 않는 사술산적, 섭산적 등은 모두 학물 또는 혼인이나 희고등 잔치에 써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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