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말 정권이양기, 이상득·노건평 형님라인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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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전 대통령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한 친이계 핵심 인사는 26일 “2007년 말 정권 이양기 때 MB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 사이에 ‘비공식 형님 라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두 사람은 특별한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당시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차원에서 소통 채널을 만든 것으로 안다”며 “권력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공식 대화만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이나 틈새를 메워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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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두 사람이 직접 연락했다기보다 두 사람을 연결하는 대리인이 있었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이 라인을 통해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2007년 말 ‘이상득-노건평’ 라인의 존재를 MB 측에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MB 측 실세 의원의 요청을 받아 (MB의 서울시장 시절 측근인) 양윤재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에 대한 사면을 노건평씨에게 부탁했다”는 MB 대선 캠프 핵심 인사 A씨의 증언(본지 4월 25일자 4면)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노건평씨에게 양 전 부시장의 사면을 요청했다는 A씨 역시 이상득 전 부의장과 가까운 인사다.

 이에 따라 당시 ‘노건평-이상득’ 간 비공식 채널에서 어떤 요청이 이뤄졌는지, 노건평씨가 양 전 부시장 외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면에는 관여한 바가 없는지 등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MB의 대선 캠프와 인수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또 다른 인사는 “성 전 회장의 사면은 노무현 청와대와 MB 인수위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역대 모든 사면이 그랬듯이 MB 측이 원하는 사면 명단은 당시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넘겨졌고, 명단엔 양 전 부시장뿐 아니라 성 전 회장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성 전 회장의 경우 법무부의 반대에 부딪히자 ‘형님 라인’ 등 비공식 라인을 가동했거나 강금원(2012년 8월 작고) 전 창신섬유 회장 등 노 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인사들에게도 전방위로 사면을 부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성 전 회장의 사면이 확정(2007년 12월 31일)되기 사흘 전인 12월 28일 노 전 대통령과 당선인인 MB 간 청와대 만찬회동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회동 뒤 참모들에게 ‘사면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MB가 좋을 대로 (뭐든) 많이 해 주자”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야당은 정권 이양기 초반엔 이처럼 양측 간의 분위기가 우호적이었음을 거론하며 “성 전 회장 사면도 MB 측의 입장을 노 전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허진·위문희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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