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마지막 반전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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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앨버트가 돌아오니까요. 우리로서는 마지막 기회죠."

프로농구 전자랜드의 이호근 코치는 17일 SK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한숨을 섞어 이렇게 털어놨다. 최근 4연패를 당하며 최하위(3승17패)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사실상의 에이스인 앨버트 화이트(사진)를 맞는 심정이 답답한 것이다.

화이트는 1라운드 두 경기 만에 무릎을 다쳐 명단에서 빠졌다 최근 회복, SK전에서 복귀전을 치른다.

화이트는 전자랜드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하다. '공을 다룰 줄 아는' 선수로서 새내기 정재호를 싱글 가드로 기용하는 전자랜드의 약점을 가릴 수 있다. 개인 플레이가 많아 주득점원인 리 벤슨과 역할이 겹칠 수 있어 제이 험프리스 감독의 조정이 필요하다. 어쨌든 전자랜드로서는 화이트가 마지막 전력 강화 카드인 셈이다. 실패할 경우 파장이 클 것 같다.

험프리스 감독은 "화이트는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며 매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험프리스 감독으로서는 화이트가 '구세주'가 돼야 한다. 최근 구단이 경질을 고려할 정도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가 복귀한 후에도 전자랜드의 부진이 거듭되면 구단에서 감독 교체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전자랜드 박수교 단장은 "14일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최후 통첩을 했다"며 감독 교체 검토 의사를 확인했다. "구단은 승리가 아니라 납득할 만한 경기 내용을 원하는데 감독이 구단의 요구를 채워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후 통첩의 의미에 대해 "교체를 포함해 단안을 내린다는 뜻이다. 구단주(홍봉철)께서도 '알아서 처리하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자랜드의 분위기는 최악이다. 14일 삼성에 진 뒤 "왜 자꾸 지는 거냐"는 구단 프런트의 질문에 험프리스 감독은 "선수들이 감독 지시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구단 직원들이 "책임을 왜 선수에게만 돌리느냐. 감독의 임무는 선수들을 잘 이끄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며 말다툼이 일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프로농구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 중도에 지휘봉을 놓을 수밖에 없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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