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압박? 시스템 결함? 황우석 왜 그랬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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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배아줄기세포가 없다"는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의 폭탄선언으로 과학계는 물론 전 국민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동시에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 있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정확한 이유를 알기 위해선 관련 기관의 조사와 황우석 교수의 입장 발표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학계 주변에선 벌써부터 여러가지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 국민적 기대와 관심 속에서 황 교수팀의 느꼈을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연구팀 내부의 조직적 결함이 사태의 발단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후속 성과에 대한 압박감?=15일 방영된 MBC PD수첩에 등장한 최초 제보자 A씨(전직 팀원)는 황 교수팀이 무리수를 둔 이유로'상용화에 대한 압박감'을 들었다. 그는 "황 교수가 지난 2004년 발표된 논문만으로는 줄기세포를 경제화시키지 못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여기에"이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 '10년 거짓말'(앞으로 10년이후에나 가능한 기술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는 뜻)을 하게 된 것"이라는 추측을 덧붙였다.

황 교수팀은 2004년 사이언스에 논문 발표로 인간배아복제 분야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러나 당시부터 국내외 학계에선"242개의 난자를 이용해 1개의 줄기세포를 얻은 것은 성공률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어"우리도 난자만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면 그 정도 성과는 얻을 수 있다" 혹은"경제성이 없다"며 비꼬는 반응도 나왔다.

이때문에 황 교수팀은 빠른 시일내에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크다. 또 실용화 가능성만 보여준다면 줄기세포 허브 설립 등을 통해 연구비와 조직을 확충, 미국.영국과의 경쟁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개입됐을 수 있다.

실제로 황 교수팀은 불과 1년여만에 새로운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185개의 난자만으로 11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어내 성공률을 기존의 10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거기에'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라는 진전된 기술을 적용했다.'성공률 논란'은 종식되고 황 교수는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한편에선 어떻게 그런'속성 논문'이 가능했을까하는 의혹도 싹트기 시작했다.

◇시스템의 결함?=노 이사장을 포함해 그 많은 공동저자와 연구원들은 정말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가도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이때문에 연구팀 내부에서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상호 견제 장치가 작동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황 교수가 한국 과학계의'권력'으로 떠오르면서 일선 연구원들이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을 개연성이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에 파견된 K연구원은 줄기세포 2개로 여러장의 사진을 만들라는 황 교수의 지시를 그대로 따른데 대해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PD수첩팀에 증언했다.

한편 PD수첩에 따르면 황 교수는 논문에 등장하는 줄기세포가 언제, 어디서 만들어진 것인지 명확히 답변하지 못했다. 줄기세포가 보관된 장소에 대한 답변도 오락가락했다. 이때문에 황 교수가 평소 연구실내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의 공명심이 사태의 발단이 됐을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황 교수팀이 유명세를 치르면서 몇몇 연구원들은 속속 대학교수로 진출하는 등 출세가도를 달렸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부 연구원이 성과를 과장했고 이후 문책을 우려해 황 교수에게 줄기세포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더라도 파장을 우려해 연구팀이 집단적으로 침묵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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