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기율과 신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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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서울 북쪽의 전방 가까운 동두천 지방에서 술취한 중대장의 지휘로 90여명의 장병들이 무장을 하고 민가 촌에 들어가 주민을 구타하고 기물을 파괴한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총기를 발사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안심하고 있기에는 이번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다.
주민들이 구타당하고 재산이 파괴된 것은 적절히 사과하고 보상하는 사후조치에 의해서 어느 정도 용납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군의 한 단위 부대가 사적 동기에 의해 동원되어 성스러운 작전임무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
여당인 민정당도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여 적절히 조처하도록 정부에 건의했고, 윤성민 국방장관은 30일 전군지휘관회의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엄정한 군기의 확립을 지시했다.
모든 내외여건으로 보아 지금부터 88년까지가 우리의 국가안보상 가장 위태로운 시기이며 특히 지금은 녹음기여서 북괴 무장공비의 침투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은 계절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정부와 군이 강조해온 바이며 온 국민은 그같은 견해에 완전히 일치돼 있다.
특히 사고부대가 맡고 있는 지역은 수도권의 외곽전방 지역일 뿐 아니라 동두천∼의정부 도로는 고래로 우리 한반도의 가장 중요한 군사도로의 하나였다.
그 길은 문산∼서울 도로와 함께 몽고와 청이 침략해온 주공방향이었고 6·25때도 서울을 공격한 북괴 탱크의 주공도로였다.
따라서 그 지역의 방어임무는 국방상 어느 전선보다도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장교는 어느 나라에서나 최고의 「신사」 계층에 속한다. 특히 국민의 존경과 함께 신뢰를 모으고 있는 엘리트다. 그것은 맡고 있는 막중하고도 어려운 임무와 .아울러 그가 갖추고 있는 인격 때문이다.
그래서 그 품위는 보호돼야 하며 그 때문에 국가는 장교들의 품위유지를 위해 세심한 배려까지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장교에게 요구되는 애국적·신사적인 행위나 품위를 의심하게 하는 유감스러운 사건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조사와 처벌에 그칠 일이 아니고 철저히 분석해서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양본 대책까지 세워져야할 문제다.
우리 군사력의 2배나 되는 전력을 갖추고 호시탐탐 남침의 기회를 노리는 호전적이고 광적인 북괴가 서울 바로 인접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국민이 믿고 의지하고 격려할 곳은 절도 있고 충성스러운 우리국군이다.
평소 어려운 환경에서 만고를 참아가며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우리 전 국군을 위해 국민들은 모든 것을 바치고 성원할 태세를 갖추고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 그럴수록 국군에 대한 기대 또한 남달리 큰 것이다.
그러나 우리국민은 이번 동두천사건이 결코 군의 일반적인 병폐는 절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군의 장래에 대해 우리의 신뢰와 기대에 변함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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