梨大, 금혼학칙 탈락자 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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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한을 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금혼(禁婚) 학칙에 묶여 학업을 중단했다가 50년 만에 이화여대에 재입학을 신청한 두 칠순 할머니는 27일 "모교의 졸업장을 반드시 따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만학의 길을 선택한 주인공은 1951년 입학 동기생인 강현희(72.교육학과).정옥희(72.국어국문과)할머니.

강할머니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54년 교생실습까지 마치고 한 학기만 더 다니면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고향 진주의 아버지 편지를 전한다며 학교로 불쑥 찾아온 해군 소령이 강할머니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알고 보니 집안에서 이미 정혼한 예비 신랑이었다.

강할머니는 "학업을 마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했지만 남편이 미국 연수를 앞두고 있어 결혼을 서둘러야만 했다.

이후 '비밀 결혼'이 알려져 강할머니는 그해 11월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강할머니는 "내 평생 그렇게 울어본 적은 없다"고 당시 퇴학통지서를 받아든 순간을 회고하면서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면 손녀뻘 되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살고 있는 정할머니는 "복학 신청만 받아들여진다면 당장 태평양을 건너 서울로 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할머니 역시 마지막 한학기를 남겨둔 55년 3월 남편과 결혼하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했다.

정할머니는 "당시 경제 사정이 등록금 내기도 빠듯해 결혼이 학업보다 앞설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 후 교사생활을 하면서 다른 대학의 야간 대학과 교육대학원까지 마쳤지만 모교의 졸업장이 없는 게 늘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편 이화여대 측은 "지난 12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금혼학칙으로 인한 중도 탈락자들의 재입학 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지금까지 모두 11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대 관계자는 "전공 교수회의 심사를 거쳐 재입학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만 가급적 학업 기회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28일자 6면 '梨大, 금혼학칙 탈락자 구제 칠순 할머니 2명 복학 신청' 제목의 기사에서 강현희씨는 강영희씨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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