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복권은 2장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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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추첨하던날 이웃11명이 번호확인, 그번호의 복권은 서울서 판매했다, 확인한 사람 너무 많아 잘못본 것은 아닌듯
『1억원짜리 복권은 틀림없이 내가 갖고 있다가 잃어버린것이다. 복권번호를 확인한 사람도 여러명있다.』『전혀 고려할 가지조차 없는 생떼다. 진짜 당첨자는 강원도 태백시에 사는 김모씨로 당첨금은 이미 찾아갔다』 지난 13일 시행된 제58회 올림픽복권 추첨에서 l등에 당첨됐으나 이 복권을 소매치기 당했다는 김해수씨(34· 노동· 경북 문경군 동노면 적성리621) 와 한국주택은행사이의 팽팽한 대립은 양쪽이 모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인과 기록등 증거를 내세우고있어 단순한 화제의 범위를 벗어나 마치 미스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당초김씨의 복권분실사건과 관련, 이를 수사하려던 경찰은 은행이 「문경의 김씨가 아닌 「태백시의 김」씨가 당첨자임이 분명하다고하자 『1억원짜리 복권이 두장 일리 없다』며 그대로 수사를 끝낸 상태.
현재로서는 문경의 김씨가 복권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불리한 처지이나 복권추첨날 자신의 번호를 보았다는 이웃 주민10명의 확인서, 서울에 있는 동생과의 시외통화확인서등을 첨부해 탄원할 기세여서 의문은 계속 사그라지지 않고 화제 또한 점점 더 무성해지고 있다.

<김씨의 주장>
1년에 쌀한말(16kg)을 주고 단칸 셋방살이를 하는 김씨는그가 대물려받은 가난을 벗는 길은 복권뿐이라고 생각, 79년 4월 결혼한 직후부터 매주 한두장씩 사모아왔다.
김씨가 문제의 복권을 산것은 지난 3일 상오10시쯤. 5윌1일자로 부산에 있는 친척의 공장에 취직한 부인의 호적등본을 떼기위해 본적지인 충북 중원군 이류면 대소리로 가던중 문경군 점촌리 시외버스정류장앞에서 두장을 이틀뒤인 5일 일을 보고 집에 돌아가다 안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은 여비로 또 두장을 샀다.
13일 하오5시50분쯤 TV로 복권추첨과정을 지켜보면서 김씨는 6일부터 번호를 모두 메모, 자신이 갖고있던 4장과 대조한 결과 3장이 6등을 나머지 한장이 「5조659506」임을 확인했다. 순간적으로 방문을 박차고 나가 바로 이웃 윤덕우씨 (45) 와 그의 부인 지정녀씨 (37) 에게 고함질렀다.
『복권이 1억원에 당첨됐다』윤씨부부가 1차로 복권과 메모를 확인 김씨등은 이어 동네 백남기씨 (40)주점으로 달려가 술을 마시고 있던 박동섭(34)·김시륭(31) 씨등 10여명에게도 보여주며 덩실덩실 춤을 추기까지 했다. 이때 문운혁씨(32) 가 나타나 자신이 TV를 보고 적어두었던 당첨번호를 보여 여럿이 이를 확인했다. 문씨는 자신은 탈락했다고 했다.
하오8시쯤 이웃 윤정렬씨(36·공무원) 집에 찾아갔을때 윤씨의 동생 주열씨(32)는 김씨의 복권을 본뒤 연필로 책상옆 벽에다 「5조659506」이라고 번호를 적어두며 집에두면 위험하니 서울에 갈때까지 동노지서에 맡겨두라고까지 했다.
이날 하오8시58분 김씨는 윤정렬씨 방에서 서울 주택은행본점 숙직실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번호를 거듭 확인했다. 통화시간은 2분간 (동노우체국확인).
이튿날인 14일 상오9시40분쯤 수안보에 사는 매형 김종덕씨 (35)를 통해 주택은행 충주지점에 또 확인했다.
김씨는 복권뒷면에 자신의 주소와 성명·도장까지 찍은 복권을 갖고 부인과 함께 고속버스로 16일 낮12시30분 주택은행 본점에 도착해서야 복권이 든 지갑을 분실했음을 알았다. 고속버스가 이천을 지날 무렵에도 지갑이있음을 확인했었는데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화장실을 다녀올때 20대청년과 부딪친 일이 자꾸 마음에 걸릴뿐이었다.

<은행측 주장>
한마디로 고려할 가치조차 없는 생떼다.
1등 당첨번호가 포함된 5조「653401」 부터「660000」 번까지의 복권은 서울 광교지점을 통해 서울시내에 배부되었기때문에 점촌 또는 안동에서 샀다는 김씨의 주장은 있을수 없다.
김씨가 살고 있는 점촌에 인접한 지역에는 주택은행 안동지점을 통해 5조 「650001」 부터 「653400」번까지가 배부돼 판매되었다.
지난18일 김씨가 당첨복권을 잃어버렸다는 보도가 있어 진짜 1등에 당첨된 강원도 태백시 김민호씨 (가명)의 복권을 현미경으로 정밀검사 했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의문점>
김씨와 이웃사람들의 거듭된 확인에 맞서「당첨번호의 복권을 지방에서 판일이 없다」 는 은행의 주장이 계속 팽팽한 대립을 보이는 것은 김씨가 문제의 복권을 분실한 때문.
우선 1등 당첨번호가 2장 찍혀 나간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 있으나 은행측은 지난 58주 동안 그 같은 실수는 한번도 없었다며 그 같은 실수는 결코 있을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은행측은 김씨가 조(조)와 번호는 같으나 발행횟수(예컨대 55회 또는 56) 가 틀리는 묵은 복권을 샀거나 번호 중의 하나가 틀린 것을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주장하나 문제의 븍권을 확인한 사람이 너무 많아 이점 역시 설득력이 없이 의문만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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