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과 돌의 정원 경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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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인간의 정서를 일깨우고 정신생활에 휴식을 주는 정원. 나무와 꽂과 돌, 그리고 인간의 미적 감각을 살려서 만들어 낸 정원은 나라따라 사회따라 또 거주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달해왔다.
지난 5월2일부터 영국의 항구도시 리버풀의 머시 사이드 들판에서는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려 나라마다 특징을 갖춘 정원들의 경연이 한창이다.
개막식은 이 대회의 명예총재인 「엘리자베드」 여왕이 직접 테이프를 끊었다.
폭0·5마일, 길이 1마일의 약37만평 대지에서 10월14일까지 6개월간 열리는 국제정원박람회에는 영국·일본을 비롯, 모두 29개국이 참가했다.
29개 나라의 정원 외에 장미·바위·포도나무·장애자 정원등 주제별 정원이 약30개나 돼 정원수는 모두 61개다.
영국정부는 과거 버려진 땅이었던 이 곳에다 국제정원박람회서 유치한 다음 지난 2년반동안 총3번 2백만파운드(약3백70억원)을 투자, 대대적인 재개발사업을 했고 여기에다 29개국이 각각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새로운 미의 동산으로 바꾸어 놓았다.
참가국들이 정원조성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2백만 파운드. 따라서 리버풀 국제정원박람회의 총투자규모는 약4백억원에 달한다.
국제정원박람회는 2차대전직후 폭격으로 황폐화한 국토를 다시 가꾸기 위한 발상으로 서독에서 시작된 것이다.
영국정부가 리버풀을 택한 것도 재정파탄으로 죽어가고 있는 이 도시를 재건해보려는 취지가 담겨져 있다.
리버플 국제정원박람회에 출전한 정원들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중공·일본, 그리고 꽃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정원.
일본의 정원은 축산천수를 중심으로 한 l7세기 에도왕호)시대의 회유식정원으로 5명의 조원기술자가 1년간 파견돼 1억1천만엔을 들여 만든 것이다.
중공은 북경에 있는 바이차이공원을 본떠서 단청을 입힌 8각정과 연못을 중심으로 조성했다.
미국의 정원은 삼목·침엽수, 그리고 잔디만 심어 놓은 아주 평범한 것으로 정확한 땅과 숲을 상징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정원은 나무와 꽃의 조화 위에 조각을 곁들여 르네상스시대 정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 정원은 가지각색의 그림으로 꽃동산을 꾸며 놓은 것이 특징이다.
박람회장에는 야외정원 외에 거대한 실내 시설을 만들어 각국의 꽃을 전시해놓고 있다.
박람회 기간중 참가국들은 돌아가며 특별프로그램을 마련, 자기나라의 문화를 소개한다.
리버풀 국제정원박람의 공보담당 매니저인 「브리언·존슨」 씨는 개막후 10일간 19만명이 입장했다고 밝히고 10월 14일 끝날 때까지 줄잡아 3백만명 이상이 구경온 것으로 전망했다.
「존슨」씨는 입장료 수입과 기타기부금으로 투자액을 전부 뽑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람회가 끝난뒤 각국은 그들의 정원을 리버풀시에 기증하게 된다. [런던=이제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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