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 채권 6억 받은 이광재 의원 사법처리 않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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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광재(사진)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삼성으로부터 채권 6억원어치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대검 중수부는 그러나 이 의원을 사법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받은 돈을 대선 자금으로 썼다면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 3년이 지나 처벌하기 힘들다"며 "이 의원이 개인적으로 돈을 유용한 사실이 없어 횡령 혐의 등을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 의원은 2002년 5월 서울 시내 모 호텔 커피숍에서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박모(사망) 상무로부터 무기명 국민주택채권 6억원어치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두 달 뒤 대학 후배인 최모씨를 통해 채권을 4억5000만원의 현금으로 바꿨다. 이 의원은 문제의 돈을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사무실 운영 등에 썼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채권 할인율을 감안해 현금 5억원에 맞추려고 6억원어치의 채권을 준 것 같다"며 "채권을 받을 당시 이 의원은 '더 돈 안 만진다. 다음엔 안희정(노 대통령의 측근)을 만나라'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삼성이 대선 전에 매입한 800억원어치의 채권 가운데 용처가 규명되지 않은 470억원어치의 채권을 추적한 결과 삼성이 한나라당에 채권 24억여원을 추가로 제공한 사실도 밝혀냈다. 삼성 측은 2002년 11월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에게 24억7000만원어치의 채권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자금의 규모는 각각 324억7000만원과 36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5월 검찰은 대선 자금 수사 결과 발표 때 삼성이 채권 250억원과 현금 50억원을 한나라당에, 채권 15억원과 현금 15억원을 민주당에 각각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최근 삼성으로부터 회사 안에 보관 중인 채권 400여억원어치를 제출받아 검찰이 확보한 채권번호와 대조작업을 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 채권에 대한 수사 결과를 16일 발표한다. 이번 수사는 삼성 구조본의 지시로 2002년 대선 전 명동 사채시장 등에서 800억원의 채권을 매입한 전 삼성직원 최모씨를 올 9월 체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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