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독서실」에 「데이트장소」로 인기|순환지하철에 "새 풍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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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의 강남북을 순환하는 지하철2호선 개통과 더불어 본격적인 지하철 시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지하철역과 전동차는 젊은이들의 데이트장이 되거나「달리는 독서실」이 되고 서소문∼을지로6가까지 3·7km의 지하도엔 지하문화권이 형성되고 있다.

<지하철데이트>
강남역 지하상가의 오색분수대 주변과 을지로입구 지하광장은 벌써부터 하루70∼80명씩의 젊은 남녀들이 몰려들어 데이트를 즐긴다. 고성능 스피커에선 팝송이 흘러나와 무드를 높여주며 다방이나 경양식집처럼 돈이 들거나 번거롭지않아 좋다는 것이 젊은이들의 한결같은 지적.
최근에는 지히철역 안에서마다 7분간격으로 도착하는 지하철을 타고 짝지어 가고싶은 곳으로 가는「지하팅」까지 생겨났다.
또 하오 10시가 넘어 전동차안이 한산해지면 연인끼리 순환전철을 타고 83분동안 데이트를 즐기기도하며 마음 내키면 아무곳에서나 내려 좀더 은밀한 곳을 찾기도 한다.

<지하철관광>
1백10원만 내고 지하철을 타면 순환전철 노선을 따라 시계방향이나 시계반대방향을 마음대로 탈수 있어 어린이와 노인들의 관광명소로 등장했다.
특히 2호선의 경우 역사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각종 벽화가 변화있게 그려져 지루한 느낌을 주지않고 에어컨시설까지 돼 여름철엔 피서에도 안성마춤.
게다가 지상구간은 양옆을 내다보며 드라이브 기분도 만끽할 수 있다.
북성국교5년 이범준군(12)은『친구 4명과 함께 60원짜리 할인티킷을 사서 몇시간동안 지하철을 마음껏 구경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즐거워했다.
지하철 역무원들에 따르면 개통이후 하루 수백명씩의 어린이와 노인들이 몰려와 단체관광을 즐기고 있다.

<지하문화>
서소문에서 을지로 6가까지 3·7km가 일직선으로 땅밑으로 연결돼 특이한 지하문화권이 형성되고 있다.
폭 7∼8m가되는 보도양쪽에는 3·8∼13. 6평짜리 지하상가 1백97개가 들어섰으며 4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1백20개가 설치돼 휴식· 만남의 장소로 애용된다. 넓이5백평의 을지로입구 지하광장에는 밝은 샹들리에로 치장, 지하별천지화했다.
지하상가는 서울의 명물상가로 등장, 지상의 을지로통은 행인의 모습이 별로 없는 반면 지하는 항상 붐비고 있다.

<달리는 독서실>
지하철역 주변에 서울대· 홍대·이대·한양대·연대·서강대·서울교대·건국대· 세종대등이 한꺼번에 연결, 대학생들은 전철을 이용하며 전동차 안에서 독서를 즐기고있다.
전동차가 바로「달리는 독서실」.
출판업계에서도 이들 독차층을 겨냥해 미니문고본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땅값>
새로 개통된 2호선구간의 지하철역 주변은 벌써 20∼1백%까지 땅값이 치솟았다.
신촌로터리의 경우 목좋은 곳은 1평에 2천만원을 호가하며 이대입구도 1천5백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 비해 20∼30%가 오른값이다.
특히 비교적 개발이 늦었던 영등포 구로지역은 평균50%이상 올라 구로공단역 주변은 지난해 1백50만원이던 1급지가 3백만원을 호가한다.

<교통>
대량수송이 가능해짐에 따라 지하철이 지나는 버스노선은 크게 한산한 모습.
서소문의 경우 택시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으나 개통이후 낮에는 택시정류장에 빈 택시가 줄을지어 늘어선 채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
택시운전사 김광섭씨(28)는『그전에는 하오7시쯤이면 5만원은 벌었으나 개통이후 3만원도 못 벌었다』고 말했다.
또 잠실∼을지로∼신촌을 거쳐 성산동을 운행하는 33번 시내버스 (진화운수) 의 경우 개통 전에는 버스1대당 평균85명이 탔으나 요즘에는 50명 밖에 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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