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긍정" "미흡" 평가 엇갈려|천주교-개신교 교인들 모여 자체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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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로마교황「요한·바오로」2세의 방한 결과에 대한 교계 자체의 첫 평가분석이 나왔다.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최석우신부) 는 22일 저넉 서울 한글회관 강당에서 30여명의 천주교·개신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교황이 남기고 간 것』을 주재로 한 간담회를 갖고 교황방한에서의 아쉬웠던 점들을 지적했다.
유현석변호사(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위원) 는 『정의평화위가 주선했던 교황과 재야인사의 만남(5윌6일·명동성당)은 원래는 없다가 뒤늦게 추가된 스케줄로 소외된자를 만난다는 체면치레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대서특필의 신문보도로 겨우 체면유지를 했다는 것이다.
방한일정 주제였던「화해」와「나눔」,「증거」에 대한 메시지를 현실세계의 감각을 속시원히 풀어주기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유변호사는 교황메시지의 지혜를『죄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보라』는 대답으로 곤경을 극복했던「예수와 간음여인」이야기에 비유했다.
그는『교황의 방한은 잔치와 함께 이땅의 크리스찬들에게 큰짐을 남겨놓고 갔다』 고 결론짓고「화해」·「나눔」,·「증거」의 구체적 신앙을 옛 순교선열의 사적으로나 보여주는 「우편배달식」을 지양, 현실행동으로 보여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석우신부는 『교황방한은 정의·평화·자유·사랑이라는 기본가치만을 남겨놓고 갔다』고 전재하고 교항은 이들 세속가치에 정신적, 윤리적, 종교적가치까지를 함께 부여하는 철저한 인격주의자였다고 설명했다.
교황의 메시지가 일반 지성인이나 민중들에게 난해하게 들리고 미흡함과 허탈감을 준것은 이같은 혼합적인「용해성」때문-.
최신부는『방한중 한국천주교를 자신의 사상과 주의에 묶어놓는 집안 다스림 놀랐다』고 감탄한 대구의 한친구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또『인권과 노동문제들에 언급, 진보주의자처럼 보이는 교황의 근본은 어디까지나 철저한 보수주의자』임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교황이 방한을 통해 느낀 대한국 교회관은 한국천주교의「오늘」에는 실망한 반면「과거」에는 새삼 큰 매력을 느낀것으로 평가했다.
박노연씨(전 교회사연구소장)는 교황방한에서의 아쉬웠던 점으로 ▲시간·내용이 부실했던 타종교 지도자와의 만남▲소록도 방문중 나환자와의 뜨거운 얼싸안음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한 천주교신자 대학생은 『평화의 사도로 온 교황이 현실속의 구체적 폭력제거 요청이 없었던점은 아쉬웠다』고도 했다.
변선환교수(감신대) 는『교황의 방한행적은 오늘의 모든 인간 영혼을 뒤흔드는 새로운 예수상을 보여주었고 한국기독교의 토착화와 사회변혁문제에 폭넓은 선교의 틀을 제시해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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