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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방적인 젊은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쿠바의 젊은이들은 발랄하다. 라틴계통의 피와 아프리카 흑인의 피가 뒤섞여 흘러서 그런지는 몰라도 남국의 태양아래 정열적이다.
아바나 시가지에 석양이 깃들고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라팔로마 음악이 흘러나오고 젊은이들이 쌍쌍 야자수 아래서 사랑을 속삭인다.
사무실이나 대학 캠퍼스 안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엉덩이와 어깨가 저절로 율동을 그린다.

<타고난 춤 솜씨>
중학생만 되어도 여자들은 춤출 줄을 알게된다.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가르치기 때문이다. 쿠바인들은 춤의 재질을 천부적으로 타고 나는 듯 했다.
쿠바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곳은 즐비한 아이스크림 집과 극장. 아바나 시내에는 아무리 둘아 다녀도 우리 나라의 찻집 같은 것이 안 보인다. 코피나 차는 음식점에서 팔기 때문이다.
쿠바 젊은이들이 데이트를 하자고 할 때 쓰는 말은 『아이스크림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가 『극장엘 가자』는 것이다. 이 정도만 되면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뜻이다.
아바나 시내의 극장에서는 쿠바영화·소련영화·미국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가끔 프랑스와 영국영화도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쿠바가 공산국가이긴 하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는 대단히 개방적이다. TV에서도 미국과 스페인의 영화프로그램이 상영된다.
심한 폭력과 섹스물이 아니면 애정프로그램 같은 것은 그대로 보여준다.
쿠바 젊은이들 간애 인기 있는 외국배우는 「말론·브랜도」 「로버트·레드퍼드」 「딘·마틴」 「오드리·햅번」 「비비언·리」 등이다.
홍콩의 인기배우였던 「부르스·리」도 젊은이들이 좋아한다.
몇편의 홍콩 무술영화가 수입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번 여자농구 프리올림픽 대회기간 중 프레스센터의 텔렉스실에서 일했던 「마이다」(21)라는 아가씨는 『스타워즈』 『슈퍼맨』 『스팅』 등 외국영화를 보았다며 특히 러브스토리는 세번이나 보았다고 자랑했다.
쿠바 젊은이들의 성에 대한 관념은 비교적 개방적이다. 대학생 정도만 되면 대부분 성의 경험을 갖는다고 한다.
아바나대학교 법과대학 1학년인 「에블린·살디바르」양(18)은 쿠바 젊은이의 성에 대한 관념에 대해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습니다. 대학생들간에도 서로 사랑한다면 거리낄 것이 없지요. 결혼도 일찍 하고요』라고 말했다.

<"청바지 갖고싶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생 중에도 부부학생이 꽤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바나대학교는 12개 단과대학이 3개 캠퍼스에 나누어져있다. 학생 수는 모두 7천 6백여명.
외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2천명이나 된다는 말이 언뜻 믿어지지 않았다.
대학생들의 취미생활을 물었더니 「레이날도·퀸타나」군(22·법대 4년)은 웃으면서 스포츠와 데이트라고 했다.
기자가 쿠바 젊은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리아르도·아와레즈」군(21·철학과 3년)은 서슴없이 청바지와 가스라이터라고 했다.
시장에서 청바지를 구입하려면 60∼1백페소(6만∼10만원)를 주어야만 한다. 호텔 안에서 관광객들에게 파는 것의 4∼5배의 엄청난 가격이다.
대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는 정부에서 마련해 주는 직장에 들어가게 된다.
첫 월급은 1백 60페소 안팎(약 16만원). 남자나 여자나 직종이 같으면 보수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위해서는 돈을 모아야한다. TV·냉장고·라디오·장농 등 이른바 혼수 감을 장만하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기본 혼수품은 정부가 정해주지만 그 이상을 원할 때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쿠바 사회의 시장은 2중 구조로 되어있다. 정부가 정해놓은 생필품의 할당량은 값이 싸다. 그러나 그 이상을 원할 때는 3∼5배의 돈을 지불해야한다.

<생필품은 할당제>
이를테면 닭고기를 먹고싶을 때 개인 당 9일에 1파운드로 정해진 할당량은 가격이 2페소(2천원)지만 이 할당량을 넘으면 10페소를 지불해야한다.
결국 구매는 자유지만 구조적으로 억제를 하고있는 셈이다.
젊은이들의 국제정세에 대한감각은 왜곡되어 있다.
기자가 작년 10월의 랭군에서 발생한 아웅산 폭발사건을 알고있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북한이 저질렀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바로 옆 중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도 그들은 사실조차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끝>
【글·사진 이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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