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야의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 정쟁으로 가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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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어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폭로 사건에 대해 특검을 주장했다. 문 대표는 ‘8인 리스트’에 포함된 핵심 권력자들이 의혹에 연루된 만큼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상설 특검 대신 별도 특검을 입법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야당의 특검 주장을 환영한다”면서도 별도 특검에는 반대했다. 상설 특검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신 성 전 회장이 두 번이나 특별사면 받은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야 대표가 우리 사회의 현안인 성완종 리스트와 특사 의혹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내놓는 것은 얼핏 보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가 의문이다. 오히려 코앞의 재·보궐 선거를 의식한 정치공방이나 의도적인 물타기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더욱이 여야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자기 입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도 문제다. 국민들 입장에선 더 헷갈릴 뿐이다.

 지금은 성완종 리스트와 특사 의혹 모두 검찰 수사를 냉정하게 지켜봐야 할 단계다. 검찰이 독립적으로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한 뒤 그 수사 결과가 미진하고 우리 사회가 납득을 못한다면 정치권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통해 풀면 된다.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야 대표가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우긴다면 검찰이 어떻게 소신을 가지고 수사를 하겠는가. 이는 검찰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여야 대표의 상설 특검이나 별도 특검 요구가 그렇게 간절하고 절실한 것이라면 그 해법은 간단하다. 서로 만나 머리를 맞대면 된다. 그리고 허심탄회한 협상을 통해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여야가 합의하면 될 일이다. 여야 대표가 그런 당연한 정치적 책무를 방기한 채 기자회견이나 유세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것은 오히려 정치적 오해를 자초하는 일이며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여야 대표가 검찰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는 정치공방보다 어떻게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지켜줄지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