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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고도 칫솔질 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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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말 오복(五福)의 하나일까.' 우리 조상은 이의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이를 조상에게 물려받는 복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의 튼튼하고 부실함을 타고난 복으로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유전적인 성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철저한 관리만이 치아 건강의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유달리 잇몸병이 많다. 한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하 성인의 35%가 심한 잇몸병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잇몸병은 부실한 건물=치아를 건물에 비유한다면 잇몸은 주춧돌이다. 치조골이라는 잇몸뼈가 건물(치아)을 받치고 있는 셈. 잇몸은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연부조직이다.

잇몸병은 간단히 말해 이뿌리를 둘러싸고 있는 잇몸과 그 주위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염증이 잇몸에만 국한돼 있으면 치은염이고, 치근막과 주춧돌에 해당하는 치조골까지 침범하면 치주염이다.

잇몸병은 처음에는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된다. 잇몸이 붉게 충혈 되고, 근질근질할 정도면 상당히 많이 진척된 상태. 이때 계속 방치하면 결국 잇몸이 아프고, 고름이 나오며, 결국에는 이가 흔들리게 된다.

★세균덩어리 치태(플라그)가 원인=잇몸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세균덩어리인 플라그다. 우리 입안에는 300여종의 세균이 살고 있는데 이중 한 두 종의 특정세균이 조직파괴의 주범이다. 이들 세균은 치아에 달라붙은 음식찌꺼기에 침착해 치태를 만들고 장기적으로 잇몸병을 일으킨다.

치태를 칫솔질해 제거해 주지 않을 경우 초기 치은염이 되는 기간은 불과 3~4일에 불과하다. 그리고 다시 방치할 경우 만성치은염이 되는데 걸리는 기간은 3~4주. 이 단계에선 이미 혈관 증식과 확장, 염증성 세포의 침윤, 치은섬유의 소실이 뚜렷해져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을 맞게된다.

★입안 환경이 문제=치태와 치석이 잘 침착하는 환경이 있다. 첫째는 입안에 침이 부족한 사람이다. 침은 입안의 세정작용을 하기 때문에 침이 없으면 세균번식이 빠르다. 침샘이 퇴화된 노인, 당뇨병 환자, 입으로 숨을 쉬는 사람들을 꼽을 수 있다.

둘째는 치열이 고르지 않거나 교정장치를 장착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칫솔질로 닦이지 않는 부위가 많다.

셋째, 전신 질환자들이다. 백혈병 환자, 단백질.비타민 등의 영양 결핍자, 빈혈이 있는 사람도 대상이다.

넷째, 임신부도 치주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임신기간에는 전신상태가 달라지고 입덧 등으로 구강 청결에 소홀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임신 전 스케일링을 받고, 임신기간 동안에는 칫솔질을 더욱 꼼꼼히, 자주 해야 한다.

★예방은 철저한 이 닦기= 잇몸병 예방을 위한 첫 번째 수칙은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는 구강 위생관리다. 이를 닦는 데는 3.3.3 전략이 필요하다. 음식을 먹은 뒤 3분 이내 하루 최소 3회, 3분 이상 닦으라는 것.

일반적으로 치과의사들은 일반 칫솔과 전동칫솔을 구분하지 않고 자주, 제대로 된 칫솔질을 권하지만 실제 치태를 제거하는데는 전동칫솔이 좋다고 평가된다. 또 치태는 물로 입안을 헹군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먹이가 되는 음식이 입안에 있으면 몇 분이면 치태를 만들어 잇몸이나 혀 등에 달라붙게 되므로 반드시 기계적인 제거 즉, 칫솔질을 해야한다.

약을 먹었을 때도 음식과 같이 칫솔질을 해줘야 한다. 약에 당 성분이 많은 것(씹어먹는 비타민 등)도 있고, 약 복용 후 구강내 산도가 달라져 조직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진행된 잇몸병은=치태가 발전돼 만들어진 치석은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 보통 1년 간격으로 치석 제거를 권하지만 치열이 고르지 않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 구내 환경이 좋지 않은 사람은 6개월에 한번씩 받는 것이 좋다.

피가 나거나 붓는 증상이 나타나는 치은염은 치석 제거만으로도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단계를 지나면 치아면을 매끈하게 하는 치근활택술(스케일링 후 치아 하단의 거친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치료)과 염증 조직을 제거하는 치은소파술(염증성 조직을 절제하는 치료)을 받아야 한다. 요즘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무통 잇몸소파술이 나와 치료받기가 한결 편해졌다.

치주염은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고 염증이 고여있는 치주낭을 제거해야 한다. 치조골이 염증으로 손실됐다면 뼈조직을 다듬어주거나 부족해진 부위에 뼈조직을 이식해준다. 치주낭에 미노클린인서트나 독시사이클린 제제 등을 주입해 염증을 제거하기도 한다. (도움말:UIC시카고치과 김영훈 원장)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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