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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회담 공들인 아베, 총무상에게 "야스쿠니 참배 미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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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0면

22일 저녁 정상회담을 마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표정은 모두 환했다. 시 주석은 “니하오”라고 말을 건 일본 여기자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였다. 지난해 11월의 화난 표정과는 정반대였다. 기자회견에서 “매우 뜻깊은 회의였다”고 강조하는 아베 총리의 얼굴은 다소 흥분돼 보였다.

 이날 정상회담은 주도면밀하게 준비됐다. 역사인식에 대한 서로의 주장을 논하되 상대방 입장을 배려하도록 조율됐다. 시 주석으로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신용도 제고를 위해 일본 가입을 유도하려는 입장이다. 부패 척결로 확고한 정권 기반을 다진 시 주석으로선 이 시점에 강경한 대일 노선을 굳이 내보일 필요가 없었다. 방미를 눈앞에 둔 아베 총리로서도 “일본은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일 필요가 있었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회담이었던 셈이다.

 성공적 회담을 위해 아베는 춘계 예대제를 맞아 이날 오후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려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에게 “절대 22일 중으론 참배하지 말라”는 긴급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역사인식 문제를 두곤 먼저 시 주석이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는 적극적 신호를 대외적으로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올 8월의 ‘아베 담화’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 고이즈미 담화를 포함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승할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반복했다.

 이날 오전 아베의 연설 직전 시 주석이 자리를 떠난 것에서 볼 수 있듯 역사 문제에 있어 중국이 입장을 급격히 완화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이날 오전 아베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란 핵심 단어를 뺀 연설을 했음에도 중국이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응함에 따라 한국만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된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국을 견제하는 중국의 ‘꽃놀이패’라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반둥회의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하원의원 5명 “아베, 과거사 사과하라”=미국 하원의원들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과거사를 직시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마이크 혼다, 찰스 랭걸, 스티브 이즈리얼, 빌 패스크렐, 그레이스 멩 등 지한파 의원 5명은 이날 아베 총리가 합동연설에 나서는 하원 본회의장에서 공식 연설과 의사록 제출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의원들의 요구는 일반 기자회견이 아닌 미 의회의 공식 기록으로 남는 본회의장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혼다 의원은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70년이 지난 지금이 아베 총리가 분명하고도 명백하게 사과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일본이 충분히 사과했고 지금은 앞으로 나아갈 때라고 말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시도를 보면 평화와 화해를 위해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일본 정부는 두 걸음을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쿄·워싱턴=김현기·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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