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몰 월1억5천 매출 20대 두 동갑내기 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왼쪽부터 조형권·이수민씨

인터넷 남성복 판매업체인 '말배추(www.horsecabbage.com)'를 운영하는 동갑내기 친구 이수민(23).조형권(23.연세대 휴학중)씨의 한 주는 일요일 오후 9시에 시작된다.

동대문 시장 등을 둘러보고 물건을 고르는 것이 주요 업무다보니 일반 사람들에 비해 12시간 일찍 한 주를 여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일상은 하루 18~19시간 근무라는 살인적인 노동량으로 이어진다.오전 10시에 업무를 시작해 오후 9시부터 시장을 둘러보고 들어와 밤새 게시판 관리와 재고 파악 등을 하다보면 오전 3~4시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빡빡한 하루하루를 보낸 덕분일까.2004년 6월에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어느새 월 매출 1억5000만원~2억을 올릴만큼 성장했다.옥션 등을 통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 사이트를 통해서만 거둬들이는 매출인 만큼 대단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고교시절부터 사업을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워온 이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첫 사업으로 선택한 데는'전국에서 1등을 하고 세계에서 1등을 하자'는 뚜렷한 목표에 이유가 있었다.

"옷을 파는 사람들의 꿈인 샵을 내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인터넷을 통하면 전국 장사를 할 수 있쟎아요."(이수민)

전국 시장을 노린 이들이 내세운 전략은 판매하는 옷을 입은 모델 사진을 올리기.당시로써는 센세이션한 첫 시도였다.

"그 때 인터넷 업체에서는 물건(옷)만 찍어서 올렸지 모델이 옷을 입고 스타일을 보여준 경우는 없었어요.촬영에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옷의 스타일이 어떤지,어떻게 코디해서 입는 지 한눈에 볼 수 있어 가깝게 느낄 수 있었죠."(조)

이들의 작전,전략은 적중했다.다른 쇼핑업체가 이 방식을 모두 따라왔다.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 덕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만으로 '말배추'가 성장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의 모토 '좋은 질,저렴한 가격,새로운 스타일'에서 엿볼 수 있듯 강한 이미지와 개성을 가진 좋은 옷이 고객을 불러 모은 주요한 이유다.

"우리는 특정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아요.강한 이미지 등을 중시할 뿐이죠.다른 사이트가 대중적이고 일주일에 20~30개의 아이템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2~3개 불과해요.좋은 걸 고르다보니 그렇게 되는데….이게 차별화되는 부분이죠."(조)

"우리나라 남자 옷은 포멀하고 정형화 돼 있거든요.일본이나 홍콩의 남자 샵에 비해 다양하지 않아요.옷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돈을 쓰도록 하는 매장이 없는데 그런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사는 옷을 팔자는 생각으로 운영해요."(이)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철저한 고객관리가 바로 그것이다.

일단 교환과 환불은 다 해준다.최소한의 매너란다.게다가 고객이 전화 등으로 항의하면 오히려 미안한 느낌을 가질 정도로 친절하게 응대한다고 했다.게시판을 보고 일일이 꼼꼼하게 답변하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다.

이런 시도나 전략은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어린 시절부터 사업을 꿈꿔온 이씨는 고교시절부터 동대문 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옷을 팔았고 코디네이터 등으로도 일했다.회사에서 영업직 아르바이트도 했다.사업이 사람을 상대하는 것인 만큼 판매직에서 일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조씨는 종잣돈을 만들었다.자본금 1000만원 중 500만원은 그가 2003년 2~7월 아프카니스탄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벌어온 돈의 절반이다.

사실 인터넷 쇼핑몰은 이들에게 정말 시작에 불과하다.그들은 가게를 열고 직접 디자인한 옷도 만들고,질 좋은 시장옷을 골라 외국에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장기적으로는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고 싶다.그러나 철저하게 '계획에 따라'한다.

그래서 가게는 아직 열 시기가 아니라고 했다."마땅한 위치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여성복에는 관심이 없냐고 했다.단호하게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자 옷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벅차요.남자 옷은 우리가 최고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으니까 (여성복에) 발을 들여놓지는 않을겁니다."(이)

레스토랑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도 물었다.그 대답도 명쾌하다.

"사무실 근처가 먹자골목이에요.근데 시켜 먹을 곳이 없어요.바꿔 말하면 우리가 잘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죠.재료를 아끼지 않고 조미료 안쓰고 엄마가 집에서 해주시는 음식처럼 만들면 성공할겁니다."(조)

그러면서 날리는 말이 압권이다."돈은 쉽게 벌리지 않거든요.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해요."

20대 초반에 벌써 엄청난 내공을 쌓았다 싶었지만 혹 더 많은 걸 해보고 싶은 혈기가 발동하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생각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죠.조급하고 답답할 때도 있어요.누가 1억만 대준다면 날개를 달 것 같다고 이야기할 때도 있죠.하지만 계획에 따라 해요.부가적인 생각들은 충동적으로 생긴 거에요.처음에 세운 계획을 달성하고 시기도 기다려야 하죠.무리한 확장은 하지 말자는 생각이에요."(조)

천천히 가는 길,돈에만 매달리지도 않겠다고 했다.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할 단체를 고르고 있어요.미세한 불량이 있는 제품을 시장 상인들에게 얻고 큰 문제는 없는 데 반품 받은 옷 등을 싸게 팔아 만든 수익을 기부하는 거죠."(이)

참 바르고 단단한 청년들이란 느낌이 점점 강해진다."학업은 마무리할 꺼냐"는 질문에 조씨는 "당연하다"고 했다.그리고 한마디를 보탠다.

"두 가지 일을 다 잘하려고 하면서 하나를 시작한 뒤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본분을 잃는 거죠.학생으로써 누릴 수 있는 것도 많아요.그 본분을 잃고 싶지 않거든요."

하현옥 기자

ps:'말배추'라는 이름은 두 사람의 별명에서 따왔다.얼굴이 길어 '말(horse)'로 불린 이수민씨와 곱슬머리 때문에 '배추(cabbage)'라 불린 조형권씨의 별명을 붙여 만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