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육성 지원약속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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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안보회의 무엇이 이뤄졌나>
1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는 양국의 전통적인 안보협력관계를 재확인하고 폐막됐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성과」 보다는 작년 11월 전두환 대통령이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다진 양국수뇌의 의도를 「군사적 차원」에서 다시 구현했다는데 우선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의 안보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주축이 됨은 물론 미국의 안보에도 직결된다』 는 공동성명 제4항은 작년 전-「레이건」 회당에서 천명되었던 항목이다.
또 소련의 KAL기 격추사건·북괴의 랭군폭파암살사건에 관한 언급도 이미 양국정상회담에서 관심이 표명되었던 것이지만 『이와 같은 테러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고 공동성명에 못박은 것은 「한국의 위난」에 대해서는 한미양국이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의지를 다시 확인한 것이며 전방지축으로 날뛰는 북괴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를 포함, 12번이나 안보협의회의에 참석했던 유병현 주미대사는 『한미간에 이처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회의를 진행시킨 적이 없었다』 고 말해 한미간에 정치적·현안이 없는 싯점에서 열린 안보협의회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었음을 시사했다.
겨우 2억 달러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서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군사판매차관문제는 미국대표단이 이미 대 의회 로비를 통해 거치 기간과 이율 등 조정을 마무리짓고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끝나는 대로 의회에 대한군사판매차관 동의 안을 제출하기로 「사전노력」 을 해왔기 때문에 본회의과정에서 우리측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따지고들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버거」 장관은 기자회견자리에서 두 번씩이나 군사판매차관문제를 거론, 현행 5년 거치 7년 상환 조건을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으로 개선하기 위해 미 의회지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이 문제는 어느 정도 「낙관」을 해도 좋다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 미 행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85회계연도에 한국에 2억3천만달러의 군사판매차관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 졌다.
그러나 미국 측은 군사판매차관의 조건개선을 우리측에 다짐하는 대신 주한미군의 유지와 관련된 「여건개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있다.
이번 회의에서 특기할 만한 것 중의 하나는 유사시 한미 양국 군이 사용할 전시소요물자의 사전비축에 관한 폭넓은 의견교환과 연합작전에 필요한 기술협력을 증대시키기로 한 것이다.
「와인버거」장관일행은 9일 1차 본회의가 끝난 뒤 윤계민 국방장관의 안내로 중부전선○○기지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공지전투훈련을 참관, 한미지상군과 공군의 연합작전을 지켜보았다.
이 훈련의 개념은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즉각 반격을 개시해 속전속결로 적의 침략을 저지시킴은 물론, 적진후방 깊숙이 까지 전장을 확대해서 북괴가 서투른 불장난을 두 번 다시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공세적 방어개념」 인데 「와인버거」장관도 이 전술에 만족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훈련에서는 화생방 방호책을 갖춘 부대의 기동시범이 선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 양국 군은 한반도의 작전상황에 최적의 무기체계와 전투개념정립·연합방위력 등에 대한 새로운 공동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방위태세의 강화를 의해 조기경보체제를 계속 보강하고 전략정보의 교환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번 회의의 성과로 꼽힌다.
미국 측은 이번 회의를 통해 최근 소련의 급격한 군사력증강과 아웅산사건 등으로 궁지에몰린 북괴의 도발가능성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미 국방성은 이미 지난2월 의회보고서를 통해 『북괴의 화력은 남한의 2배를 넘고 지난75년부터 지금까지 n개사단을 증설, 구여개 사단을 보유하고있으며 특수군단만도 25개 여단에 달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전면전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고 평가했었다.
또 회의대표단의 일원인 「크로」 태평양사령관은 상원 군사위에서 『북괴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한 적』 이라면서 『끊임없는 경계이외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한바 있다.
이밖에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한의 직접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은 「레이건」대통령의 중공방문 후 중공 총서기 호요방이 당장 평양에 가서 북괴가 주장하는 3자 회담을 지지하고 나선 쌍방에서 볼때 시기 적절한 다짐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방위산업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약속이 미흡한 것은 우리측으로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주한미군 및 아시아지역 주둔 미군의 최신예 항공기를 포함, 각종 보유장비를 정비·수리하고 부품을 일부 공급하고 있지만 생산품에 대한 수출의 길이 좁혀져있어 공장가동률의 제고가 시급한 실정인데도 「미국의 정책 때문에」(「와인버거」장관의 말)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김재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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