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교통봉사하다 다친 40대주부에 '보은 온정' 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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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입원한 채창신씨가 학교 앞에서 봉사 활동하던 모습.

등교길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하다 음주차량에 치어 크게 다친 40대 주부에게 온정의 손길이 밀려들고 있다.

충남 청양군 청양읍 읍내리에서 순대국밥집을 운영하는 채창신(46)씨. 채씨는 지난달 7일 오전 8시15분쯤 청양읍내 시외버스터미널 횡단보도에서 교통정리 봉사를 하던중 음주운전 차에 치었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하고 뇌진탕 등으로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고 현재 홍성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채씨는 3년전부터 매일 아침 이곳에 나와 어린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아침 8시부터 한시간동안 봉사활동을 해 '청양교통아줌마'로 불렸다. 또 혼자사는 노인 돕기 등 불우이웃돕기에도 발벗고 나섰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채씨는 한달에 간병비만 150원이 드는 병원비 조달조차 힘겨워하고 있다. 그는 수년 전 남편과 이혼한뒤 10평 남짓한 순대국밥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채씨의 딱한 사정을 본 청양읍 여성자율방범대 회원들은 수술비 200만원을 모아 채씨에게 전달했다. 또 회원 35명이 2~3명씩 교대로 국밥집에 출근, 영업을 하고 있다. 정경아 방범대장은 "채씨가 거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국밥집을 대신 운영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양초등학교 학생(946명)과 교직원(50명)들은 262만원을 모았다. 학생 대표 오세준(6학년)군 전성원(57) 교장 은 최근 채씨가 입원한 홍성의료원을 찾아가 성금을 전달하고 위로 했다. 유기농비료를 생산하는 신기산업 신정용 대표도 성금 100만 원을 내놨다.

청양군청 공무원들도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 부서별로 5~6명씩 채씨의 국밥집을 찾고 있다.

채씨는 "학생들이 다치지 않고 나만 다친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웃의 도움으로 빨리 치료를 끝내고 봉사현장으로 돌아갈 것같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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