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름 돈 안 받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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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황이 명동성당을 참배하러가던 길에 정신질환대학생이 장난감딱총을 쏘며 차도로 뛰어든 사건은 경호요원이나 보도진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해프닝이었습니다. 다행히 교황행렬은 무사히 통과했지만 .이 사건이 외신을 타고 『교황저격기도』 라고 타전되는 바람에 관계자들은 더욱 당황했었죠. 관할인 중부경찰서장은 현장으로 몰려든 국내보도진을 제쳐두고 장난감권총을 갖고 호텔신라프레스센터로 달려가 외신기자들에게 현품을 보여주며 알려주었죠.
-가톨릭대학 행사에서는 최루탄가스로 인한 교황의 재채기가 큰 화젯거리가 됐지요.
-네. 이 대학에서 직선거리로 5백m쯤 떨어진 성균관대생들이 교황이 명륜동 길을 통과하는 시간에 맞추어 가두 진출을 시도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지요.
-경찰은 이날 학생들이 유난히 격렬하게 밀고 나오는데도 1시간 이상 최루탄을 쏘지 않고 버티다 교황이 가톨릭대학에 도착하자 안심하고 최루탄을 쏜 것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바람이 가톨릭대학 쪽으로 불어 이 가스는 곧 교황의 코까지 자극하게 된 거지요.
-한 경찰간부는 환영인파도 있고 시위하는 측도 있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겠느냐며 씁쓸한 미소를 짓기도 했읍니다.
-이번 교황수행 기자 중 유일하게 공산권에서 온 폴란드의 「말린스키」기자는 처음에 단순한 호기심으로 취재했는데 만나보니 의외로 대어감이었습니다. 교황의 오랜 친구이자 저술이 25권이나 ,되는 학자 겸 작가일 뿐 아니라 가톨릭신부라는 점에서 호기심이상의 것 이었읍니다.
우리 기사가 나간 뒤 이를 놓친 타사기자는 물론 아연해 했구요. 어떤 기자는 이번 교황방문기사중 첫 특종이었다고 까지 추켜세워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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