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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지금 빚내서 집을 사야 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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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영진
최영진 기자 중앙일보 부동산전문기자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최근 후배기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집을 사는 게 좋은지, 아니면 계속 전세를 살아야 하는지 물었다. 전셋값이 너무 올라 이사를 가야 할 판인데 이참에 아예 집을 사는 것이 어떠냐는 얘기였다. 이 친구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금방 감이 왔다. 금리가 떨어져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사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요즘 부동산 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자 여유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드는 분위기다.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에는 사람들이 더 몰린다. 은행에 묻어둬 봐야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익이 조금이라도 나은 투자상품으로 돈이 흘러드는 양상이다. 은행 돈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려 든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은 더욱 활기차다.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도 오름세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자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주택경기를 진단하는 모델 중에 벌집 사이클 모형이라는 게 있다. 가격과 거래량의 변화에 따라 1~6국면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1국면은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는 분위기다. 거래량은 줄어드는데 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2국면이다. 3국면은 가격의 변동이 없는 가운데 거래량은 감소하는 양상을 띤다. 4국면은 거래가 줄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단계다. 5국면은 거래량은 늘어나는데 가격은 떨어지는 모습이다. 6국면은 가격은 그대로인데 거래량은 늘어나는 구조다.

 그렇다면 지금의 주택시장은 어떤 국면일까. 우선 매매량의 변화를 보자. 거래가 늘면 경기가 호전되는 징후가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전국의 총주택 매매량은 2012년에 가장 최저점을 찍고 그 다음해부터 늘기 시작했다. 2013년의 거래량은 85만여 가구로 전년 대비 15.8% 증가했다. 지난해는 주택시장이 초호황세를 보였던 2006년 수준에 약간 못 미치는 100만5000건을 기록했다. 증가폭도 전년보다 높은 18%였다. 올해 3월 현재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7.7% 늘었다. 서울의 증가율은 훨씬 높다. 2013년 34.4%, 14년 32.5%, 올해 30%로 전국 평균치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여기서 눈여겨볼 사안은 서울의 거래량 증가폭이 서서히 줄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도 비슷한 양상이다.

 다음은 주택가격 증가율에 대한 분석이다. 가격도 거래량 추이와 마찬가지로 2012년 최저점을 보이다가 2013년부터 오름세로 돌아섰다. 상승폭은 13년 0.3%, 14년 1.7%, 올해 3월 현재 0.7%다. 서울은 13년 1.4% 하락했으나 14년 1.1% 올랐다. 올 들어서는 0.7% 상승했다.

 이 수치를 벌집모형에 대입해 보면 지난해 호황 징후가 드러나는 1국면으로 진입했음이 확실하다. 거래량도 그렇고 가격상승폭 또한 작지 않아 호황국면 전초 단계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거래와 가격의 증가 추세가 1~2년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경기 회복에 탄력이 붙었다는 느낌을 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시장 상황이 호황 초기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부양책을 쏟아냈다. 불이 잘 타고 있는 장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서부터 청약제도 간소화, 재건축 기준 완화를 비롯한 각종 부양책의 약물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상승 장세에 수요가 넘치면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거래량에 비해 상승폭이 높지 않아 예전 분위기는 아니라고 하지만 상승기류가 지속되면 오름폭도 자연적으로 높아진다.

 분양가 자율화에 따라 업체들의 아파트 분양가 올리기 경쟁이 벌어질 경우 기존 주택값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부양책의 약발이 어떻게 반응할지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시장의 열기는 지난해보다 더 강해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최근 분양된 수도권의 신규 아파트가 대부분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을 기록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해 준다.

 정리해 보면 시중의 유동자금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것이 확실하다.

 문제는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와중에 거래량의 증가폭은 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벌집모형으로 치면 2국면 초기 현상이다. 그 다음의 예고는 3국면으로 가격의 오름세가 꺾이면서 거래량은 오히려 감소한다. 경기 침체 현상이다.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조만간 침체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경제 상황도 그렇고 한정된 실수요 시장에 아파트 공급 과잉 구조가 마음에 걸린다. 미국의 금리인상 분위기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따라서 지금 주택시장이 달아오른다고 무리하게 투자 대열에 가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자기 돈이면 모르겠지만 이자가 싸다고 은행 돈 왕창 끌어다 집 샀다간 큰 낭패를 당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탈이 없듯이 부동산 투자도 자기 수준에 맞아야 복이 된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