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재단 '건강 지킴이' 공부방 아동 2449명 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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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주도 겨울바람은 매섭다. 버스에서 내려 건강검진을 위해 제주대학교병원으로 향하는 '꿈꾸는 공부방' 어린이들이 추운 듯 잔뜩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검사를 위해 병원 의자에 앉자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병원복도를 뛰어다닌다. 안내를 맡은 로또공익재단 직원들은 아이들 통제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어렸다. 로또공익재단과 제주대병원이 공동으로 제주도 9개 공부방 어린이 192명에게 실시하는 '무료 건강검진' 현장 모습이다. 로또공익재단은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주자는 '위 스타트(We Start)' 운동 5대 사업 중 하나인 '건강 지킴이 만들기'사업의 일환으로 제주도를 찾았다. 이번 무료 건강검진은 5일부터 8일까지 제주도 내 9개 공부방 어린이 19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6일 제주시 소재 '꿈꾸는 공부방' 어린이 20여 명을 인솔하고 온 김부자 교사는 "공부방 어린이들에게 종합 건강검진은 처음"이라며 "몸이 아파도 집안이 어려워 병원에 못 가는 어린이들에게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로또공익재단과 제주도병원의 지원으로 어릴 때부터 귀가 기형이어도 제대로 진단받지 못한 형도(9.이하 가명)나 엄마 가출 뒤 할머니와 같이 지내며 병원 문턱을 밟아보지도 못한 진선(10)이는 건강검진의 혜택을 받았다.

수진(8)이의 경우는 건강검진이 누구보다 절실한 경우였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휠체어에 의존하는 아빠와 단둘이 사는 수진의 집은 위생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정방문차 집을 방문한 공부방 교사가 검진을 권했지만 집을 나서기가 쉽지 않아서다. 로또공익재단도 이번 검진은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8월 시작해 1년반 동안 전국 14개 시.도에서 15회에 걸쳐 실시한 저소득층 어린이 무료 건강검진의 마무리 편이기 때문이다. 로또공익재단 지원사업팀 신은주 팀장은 "애초 제주 검진계획은 없었지만 전국 사업이라는 점에서 추가 예산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번 제주 검진에서 이상이 있는 어린이는 재검 이후 치료까지 지원받는다. 제주대학병원 사회사업실 홍지혜씨는 "위 스타트 건강지킴이 사업에 적극 공감한다"며 "이상이 있는 제주 아이들이 완벽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검진 이후 재검 비용은 로또공익재단이 맡고, 치료는 제주병원이 후원할 계획이다. 이날 제주도 칼바람은 무척이나 누그러진 듯했다.

◆ 로또공익재단 건강지킴이 사업은=로또공익재단은 1년반 동안 모두 2449명(제주 제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전국공부방협의회 등의 추천을 받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이다. 검진대상 2449명 가운데 충치 치료 대상자가 1220명(53.6%.이하 중복집계)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B형간염 예방접종 필요(1283명), 시력교정 필요(493명) 등의 순이었다. 시력이 나쁜 경우는 안과검사 뒤 무료로 안경을 맞춰주었다.

이상소견이 있어 재검을 받은 어린이는 449명으로 전체의 18.3%였다. 재검 사유는 혈뇨(14.5%).단백뇨(11.6%).신장질환(6.2%).빈혈(5.3%).간장질환(4.9%)의 순이었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어린이들은 치료까지 겸했다. 그동안 중이염.편도선비대.안검내반(눈꺼풀 속말림) 등으로 고통받던 아이 다섯 명이 치료를 받아 완치됐다. 충남의 한 어린이는 휘귀난치성 질환인 '근이영양증' 판정을 받은 뒤 현재까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로또공익재단 곽보현 사무총장은 "건강검진 사업은 마무리됐지만 이상이 있는 경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치료를 돕겠다"고 말했다.

제주=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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