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산칠봉 우리 손으로 지켜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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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완산칠봉을 사랑하는 우리들의 모임’의 김정철회장이 최근 전주 시민들이 낸 성금을 모아 매입한 토지 470여평을 가르키고 있다.[N-POOL 전북일보 이강민 기자]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벌이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National Trust.자연신탁국민운동)이 전북지역에서도 결실을 맺었다.

'완산칠봉을 사랑하는 우리들의 모임(이하 완사모)'이 최근 1000만원을 모아 최근 전주시 효자동 완산칠봉 주변의 습지 470평을 매입했다.

조사 결과 이 습지에는 환경부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한 고려집게벌레 등 각종 희귀 곤충과 조류, 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완사모는 전주시와 협의해 이곳에 자연생태 학습장을 조성해 자라나는 청소년을 위한 환경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자연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 시민들이 성금을 마련해 땅을 구입한 것은 전북지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완산칠봉은 전주시 중심부를 가로 지르는 전주천을 따라 이어진 산줄기로 무학봉.백운봉.옹녀봉.용두봉.장군봉.탄금봉.매화봉 등 7개 봉우리가 있다. 하루 평균 2000여명이 몰릴만큼 등산객이 찾아 오면서 등산로.습지 등이 망가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완사모가 2002년 9월 "시민들의 손으로 완산칠봉을 보존하자"며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결의했다.

1998년 결성된 완사모는 그때까지만 해도 등산로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등 정화활동을 펼쳐왔다.

회원들은 등산객은 물론 사찰.성당.학교 등을 돌면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지자체가 있는데 왜 나서느냐""딴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등 오해어린 시선과 손가락질을 받아 수차례 중단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완사모는 "소중한 자연자원을 지켜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묵묵히 지속적인 모금 활동을 벌여 3년여만에 1000만원을 돌파했다. 코흘리개 초등학생에서 팔순 노인까지 346명의 시민들이 한푼 두푼 마음을 모은 결과였다.

이들이 발벗고 뛰는 모습에 감동한 토지 소유주인 전주 최씨 측도 당초 제시했던 땅값 2500만원 중 1500만원을 선뜻 깎아줬다.

이 운동을 이끈 완사모 김정철(62.퇴직 공직자) 회장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노력으로 3년 만에 결실이 나타나 감개무량하다"며 "완산칠봉 전체 23만여평 가운데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사유지 매입운동을 추진하는 한편 도심공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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