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쏟아지는 팝 베스트 앨범 뭘 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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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베스트 앨범이 쏟아진다.

우선 세계적인 래퍼 에미넘(사진)의 첫 베스트 앨범이 나왔다. 자신의 인생을 다룬 영화 '8마일'로 전성기를 누리던 그였지만 지난 앨범 'Encore'의 반응은 이전처럼 폭발적이진 않았다. 물론 국내에서만 3만장 이상을 팔아 팝 음반 중에서는 그나마 눈에 띄는 기록을 내긴 했지만. 베스트 앨범 'Curtain Call-The Hit'에는 최고의 히트곡인 'Lose Yourself' 'Without Me' 등 21곡이 담겼다. 그는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 라디오 방송국과 인터뷰에서 "커튼콜(베스트 앨범)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며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그 암시를 담은 듯, 베스트 앨범에 수록된 신곡 'When I'm Gone'에서는 비장미가 느껴진다. '내가 없어도 잘 지내라 아가야, 내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거든 그냥 살며시 웃어주거라'며 딸 헤일리에게 전하는 말은 마치 은퇴를 앞두고 팬에게 남기는 말인 듯도 들린다. '백인 쓰레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바닥 인생을 살다가 흑인의 전유물이던 힙합판에서 살아남아 결국 정상에 선 그의 극적인 음악 인생을 두 장의 CD로 조감할 수 있다. 이미 앨범을 모두 소장한 팬이라면 미발표곡 세 곡 때문에 구입하기가 망설여질 수도 있겠다.

호주 출신 듀오 새비지 가든의 첫 베스트 앨범 'the best of savage garden'도 발매됐다. 전 세계 23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이들의 히트곡을 총정리했다. 'I Knew I Loved You' 'Truly Madly Deeply' 등 히트곡과 솔로로 활동 중인 대런 헤이즈의 신곡을 포함해 17곡이 실렸다. 친절하게도 영어 가사와 번역본을 끼워놨다.

뉴메틀밴드 림프 비즈킷도 첫 베스트 앨범 'Greatest Hitz'를 내놨다. 역시나 베스트 앨범의 필수 요소가 된 '미공개 신곡' 세 곡이 담겨 있다.

전설적인 그룹 너바나의 베스트 앨범 'Silver'는 첫 베스트 앨범은 아니지만 총 22곡을 1장의 CD에 꽉꽉 눌러 담아 편리하다. 1985년 데모 테이프에서 발견한 'Spank Thru', 효과를 집어넣기 이전의 리허설 버전의 연주가 담긴 'Come As You Are' 등 미공개곡은 화장 안한 맨 얼굴처럼 거칠면서도 신선하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주제곡 '눈의 꽃'의 원곡을 부른 나카시마 미카의 베스트 앨범, R&B 가수 히라이켄의 10년을 정리한 첫 베스트도 나왔다. 최근 내한 공연을 연 라우드니스도 전곡 가사와 사진, 50분 분량의 DVD를 담은 묵직한 베스트 앨범을 내놨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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