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전문경영인-해태그룹(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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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태 그룹은 명실상부한 그룹으로서의 경영 체제를 갖춰가고 있는 「개발도상」의 그룹이다.
해방당시 해태라는 이름이 붙은 캐러멜을 먹던 어린이들은 지금은 40∼50대의 어른이 됐다. 하지만 해태가 대외적으로 「그룹」을 표방하고 나선것은 왕성하게 자회사를 거느리기 시작한 지난 73∼74년께 부터였다.
이후 창업3가의 선대가 물러나고 2세들간에 분가가 이루어지면서 그룹의 통수권을 갖게된 현 박건배회장이 본격적인 그룹으로서의 조직·경영개편에 착수한것은 올해 들어서였다.
모기업인 해태제과 창립 40년만에, 대외적으로 그룹을 표방한지 10년만에 비로소 경영·조직상 명실상부한 그룹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것이다.
즉 해태는 지난3월 창업 40년만에 처음으로 그룹종합조정실을 실치했다.
박건배회장이 연초 밝힌대로 「제과중심의 그룹 경영체제를 지양하고 각사가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경영활동으로 상부상조하며 공생할수 있는 그룹경영체제로 전환」 시키기 위함이다. 또 해태제과의 음료사업부를 곧 제과로부터 분리, 이름만 있던 기존의 「해태식품」으로 독립시키고 대표이사 사장을 따로두어 책임경영을 맡기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박회장은 연초 이같은 계획을 그룹임직원에게 밝히면서 『이제 각회사의 업적에 따라 포상과 책임을 동시에 묻겠다. 또 해태제과가 갖고있는 각 자회사의 지분도 어느시기에 각회사로 분산될것이고 이렇게되면 3∼4년후에 그룹의 주력기업이 지금처럼 제과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고 기본방향을 설명하고 덧붙여 『이말한마디로 이번 조직개편이후 어떤 경영체제가 될것인가를 실감할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며 그룹의 경영풍토를 환기시켰다. 인사·조직면에서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것이다.
현재 해태는 모기업인 제과(전체 그룹외형 약5천억원중 절반이상을 차지)의 자회사로 9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금의 해태를 거의 다 갖췄던 지난 73∼74년이후 근10년만에야 비로소 종합조정실을 두고 책임경영제를 모색하고 있는것은 그간 동업→분가→대통 확립으로 이어진 경영인맥의 승계과정을 보면 이해가 간다.
즉 7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해태는 창업동지였던 고 박병규씨·고 신덕발씨·민후식씨 (현해태제과 명예회장)의 삼두경영체제를 지켜오면서 동업체제가 불화없이 성공한 유일한 케이스로 꼽혀왔다.
그러나 박병규사장이 작고하고 미처 승계에 대한 안배가 없었던 상태에서 당시 전우였던 나웅배씨(현 아주대총장)가 1년여 사장직을 맡게 됐고 창업3가의 2세들인 박건배·민병덕·신정문씨등은 동업을 포기, 분가의 과정을 밟는다. 즉 지난 81년5월 박건배씨가 해태제과사장에 취임한 때를 전후해 민병덕씨는 해태유업(유산균음료·우유생산업체)을, 신정문씨는 해태관광 (임진각·고속도로휴게소등 운영업체)을 맡아 각각 그룹으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현재의 해태그룹 체제는 이때 갖춰진셈이다.
이후 박건배 사장은 근2년만인 지난해 1월 30대의 나이로 그룹회장에 취임하면서 회장 직속의 제과사장실을 두고 모기업의 사장실에서 각 자회사들의 경영을 컨트롤해오는 형태를 취하다가 다시 올들어 그룹 종합조정실 설치와 함께 각사의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민병덕사장의 해태유업과 신정문사장의 해태관광은 해태그룹의 공식적인 자회사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해태관광은 신정문사장이 1백%주식을 갖고있고 해태유업은 아직도 해태제과가 30%를 갖고있다. 그러나 해태유업도 그룹의 컨트롤을 전혀 받지 않아 독립한 상태와 다를바 없다. 현재 해태그룹과 유업·관광과의 관계는 새로 취임한 중역이 예전의 그룹사를 찾아 안사를 갈 정도다.
해태의 경영인맥은 이같은 동업→분가의 승계과정에서 모기업인 제과가 배출해 그룹에 남은 이사급 중역진과 주로 외부에서 영입된 대표이사진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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