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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차, 부여 TG 통과 기록 … 이완구와 독대 주장 힘 실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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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13년 3월 25일 이완구 부여 선거사무소 개소식. [뉴시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차량이 2013년 4월 4일 오후 4시쯤 부여 톨게이트를 통과한 기록을 검찰이 확보했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4월 부여-청양 재선거 때 이완구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에 가서 3000만원을 주고 왔다”고 밝힌 만큼 의혹의 실체가 규명될지 주목된다.

20일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 등에 따르면 검찰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성 전 회장 에쿠스 차량의 2013년 4월 4일 부여 톨게이트 통과기록이 포함된 최근 3년치 하이패스 기록을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검찰이 성 전 회장이 부여에 갔었다는 정황 증거를 확보하면서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난 기억이 없다”는 이완구 총리 측 주장이 힘을 잃게 됐다.

 검찰은 지난 15일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면서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씨를 상대로 2013년 4월 4일 행적을 조사했다. 여씨는 인터뷰에서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의 도청 신청사 개청식에 갔다가 부여 선거사무소에 4시 30분쯤 도착했다”고 말했다. 하이패스 기록에 따르면 충남도청에서 출발한 성 전 회장의 차량은 오후 4시경 서천·공주고속도로 하행선 부여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부여 톨게이트에서 선거사무소까지 거리는 약 9.47km다. 시속 60km로 주행했을 때 15분 가량 걸린다고 보면 성 전 회장 일행이 선거사무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15분~20분쯤으로 추정된다. 당시 성 전 회장을 수행했던 수행비서 금모씨도 “약속시간(오후 4시30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성 전 회장과 이 총리가 독대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총리 3000만원 수수’ 의혹은 이 총리가 청양에 들렀는지 여부에 따라 가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시 이 총리 수행팀장이던 김민수 비서관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도청 개청식이 끝난 후 부여 사무소로 바로 가지 않고 청양 사무소를 들렀다가 갔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 측 주장대로라면 홍성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청양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부여까지 1시간 45~50분 가량이 걸린다. 당진·영덕 및 서천·공주 고속도로(92.11㎞)를 이용하는 경로에 비해 거리(최단 60.77㎞)는 훨씬 짧지만 시간이 30분 가량 더 소요된다. 결국 이 총리 측 해명은 오후 5시가 지나 부여사무소에 도착해 성 전 회장을 만날 수 없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복수의 청양군 주재 지역언론 기자들은 “(재선거)후보 등록 첫 날이라 이 총리 인터뷰를 하려고 청양군 사무소에서 기다렸으나 만나지 못했다. 곧바로 부여로 갔다는 소식에 철수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이 총리의 운전기사였던 윤모(45)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행사 후 부여로 직행해 오후 4시30분쯤 도착했다”고 말했다.

김백기·신진호·이유정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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