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3분 후 도착" 알림 … 스마트 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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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일 오전 오주신(68) 택시기사가 카카오택시 앱으로 콜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김지은 인턴기자]

금요일인 지난 3일 자정에 가까운 시각. 서울 신촌역 1번 출구 앞에선 집에 돌아가려는 사람들 사이에 치열한 택시 쟁탈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장거리 손님을 골라 태우기 위해 갓등과 빈차등을 끄고 행선지를 묻는 ‘승차 거부’ 택시들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는 이들이 많았다.

 기자는 스마트폰에 미리 설치해둔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켰다. 카카오택시는 승객과 택시를 연결해주는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 앱. 앱을 실행하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연동돼 출발지가 신촌역으로 자동 설정됐다. 목적지인 신림동을 입력하고 호출 버튼을 눌렀다. 10초 만에 ‘예약 완료’ 알림과 함께 택시기사의 사진·이름과 실시간 위치 등이 표시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의 확인 전화가 걸려왔고, 3분 만에 택시는 기자 앞에 멈춰섰다. 탑승 후 앱 화면 하단의 ‘안심 메시지 보내기’를 터치해 친구에게 카톡 메시지를 전송했다. 지인에게 승차정보를 알려 범죄를 예방하는 기능이다.

 기자가 탄 택시의 운전기사 강종환(52)씨는 스마트폰에 카카오택시를 포함해 3개의 콜택시 앱을 설치해놓고 있었다. 그는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손님의 위치를 바로 찾아갈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모바일 콜택시의 원조 격인 우버(Uber)가 불법 논란 속에 국내 서비스를 축소하면서 국내 모바일 콜택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기존 모바일 택시 앱 시장에선 우버의 강세 속에 이지택시·리모택시 등 글로벌 벤처기업, 소규모 스타트업 업체들의 각축전이 벌어졌다. 여기에 다음카카오와 SK플래닛·한국스마트카드 등 대기업들이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가장 먼저 앞서나간 것은 ‘카카오톡’의 다음카카오. 지난달 31일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택시는 출시 첫 주(3월 30일~4월 5일)에만 약 52만 명이 이용하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다. 이에 SK플래닛은 자사 내비게이션인 T맵을 기반으로 한 ‘T맵택시’ 서비스를, 한국스마트카드는 ‘티머니택시’를 21일 각각 내놓을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고양시가 지자체 최초로 고양시민 전용 콜택시 앱인 ‘고양e택시’를 선보였다.

 모바일 택시 앱은 택시기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도 성공했다. 여태껏 콜업체들은 택시기사들로부터 매달 기본금(3만~4만원)과 함께 콜비(건당 300~700원)를 받았지만 카카오택시는 현재 가입비는 물론 월 회비·콜비 모두 무료다.

 서울시는 모바일 택시 앱이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는 구원투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시에 접수된 택시 관련 민원 2만8056건 중 ‘승차 거부’(33.8%)와 ‘불친절’(31.2%)이 가장 많았다. 서울시 양완수 택시물류과장은 “(콜택시를) 부르면 반드시 온다는 인식만 시민들에게 심어져도 택시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승객의 목적지가 공개되는 앱의 특성상 단거리 손님에 대한 콜 거부는 막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향후 콜비가 유료로 전환될 경우 이용률이 급감할 가능성도 있다. 인하대 이은희(소비자학과) 교수는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지속되려면 콜 취소 승객에게도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 성숙한 예약문화를 담보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혁진 기자, 김지은(인하대 건축학) 인턴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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