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관리는 발전소 새로 세우는 일과 같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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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는 세계 29개국의 지사에서 사용하는 전기·수도와 같은 에너지 사용량을 통합·관리한다. 요금제가 국가별로 다른 만큼 이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간대 등 사용패턴과 각 공장 간의 비교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요금 절감 방안을 찾는다.

 #2. 국내 건축자재업체 A사는 지난해 전기를 아껴 되파는 수요자원 거래시장 ‘네가와트’에 참여했다. ‘네거티브(negative)’와 ‘메가와트(megawatt)’의 합성어로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여름·겨울철 전기 소비가 많을 때 발전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기 소비 자체를 낮춰 발전량에 맞춘다. 발전사의 발전단가보다 전력 중개업체(수요관리사업자)가 써낸 단가가 낮으면 낙찰된다. A사는 지난해 정산금으로 12억원을 받았다.

 이 두 회사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관리 전문업체 ‘에너낙(EnerNOC)’을 이용했다.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분석, 수요자원시장 참여와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에너지 신산업이 주업이다. 17일 한국을 찾은 이 회사 데이비드 브루스터(44·사진) 사장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잘 쓰면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고, 수요자원 시장에 참여하면 돈을 벌 수 있다”며 “기업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를 아껴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낯설다.

 “전력 수요를 관리하는 것은 공해를 줄이면서 발전소를 새로 세우는 것과 같다. 참여 기업들은 정산금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나아가 에너지를 별도 프로그램(EIS)으로 관리한다면 전기·수도 비용을 전체적으로 줄일 수 있다.”

 - 얼마나 효과가 있나.

 “제너럴 모터스의 경우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금까지 2200만 달러(약 240억원) 가량의 비용을 아꼈다. 건물별로 크기도 조건도 다르지만 통상 잘 관리됐을 때와 비교하면 20~30% 정도 차이가 난다. 수요자원시장 참여를 포함해 2001년 에너낙이 생긴 이래 지난해 말까지 고객들이 1조1000억원(누적)의 비용을 아꼈다.”

 - 한국은 지난에 네가와트 시장이 개설됐는데.

 “첫해에 수요자원 등록 용량이 1.5GW(전체 발전 대비 1.7%)를 달성했는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 다만 전력거래소에서 수요반응 사업자에게 정산해주는 용량요금을 다른나라처럼 발전소 수준으로 맞춰준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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