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북한인권단체 '힘' 과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8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 환영 만찬'에 앞서 내빈들이 북한인권에 관한 비디오를 보고 있다. [뉴시스]

북한인권국제대회로 한.미 양쪽에서 북한을 겨냥한 거센 인권 드라이브가 예고됐다. 국제적 연대와 미국 보수 진영의 지원 가능성을 확인한 국내 북한 인권단체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대회는 10일 서울 도심의 촛불 기도회로 마무리됐지만 그 여파는 내년 3월 브뤼셀의 3차 북한인권국제대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 인권 카드 보여준 미국="1차 북한인권대회에서처럼 미국 측은 신중하지 않겠는가"라던 정부 당국자들의 기대는 무산됐다. 제이 레프코위츠 미 북한인권특사는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데 적절하거나 부적절한 시기는 없다"며 6자회담과 인권은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6자회담을 앞둔 7월 워싱턴의 1차 대회 때 미 국무부가 레프코위츠 특사의 지명을 늦추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던 것과는 다르다. '폭정 국가'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했던 폴라 도브리안스키 미 국무차관은 당시 대회에서 발언을 자제했지만, 이번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북한을 '범죄 국가'로 거듭 지칭했다. 한 대미 전문가는 "미 국무부가 북한인권법에 따라 내년 본격적으로 국내외 탈북 지원 민간단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국내 보수 집결=대회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외에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소설가 복거일, 김재정 의사협회장 등 보수 오피니언 리더가 대거 참여했다. 그동안 독립적으로 움직였던 탈북자 모임과 북한인권단체들에 힘을 보태준 것이다. 동시에 대회는 미국의 네오콘과 전향한 386 학생운동권 출신이, 일본의 극우 피랍구명단체와 국내 탈북자 조직이 연대하는 모양새도 만들었다. 대회 준비위 관계자는 "국내외 대북 단체의 네트워킹에 주력하며 내년 3월 3차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적극적 세 결집과 집단적 정부 압박을 예고한 것이다.

◆ 반발하는 북한=북한은 "미국대사의 망발"(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미국이 주도한 체제전복 기도"(조선신보)라며 연일 대회를 성토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초강경파들이 회담을 원치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제재를 둘러싼 북.미 갈등이 진행형인 가운데 북한 인권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6자회담의 장기 공전 가능성을 우려한다. 대회로 드러난 한.미 간 인권 시각차와 보수진영의 결집은 정부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정부의 대응은 쉽지 않아 보인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