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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만재」…연안여객선|페리호 조난계기로 본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동남점보페리호 조난사건을 계기로 연안항로의 안전문제가 새삼 제기되고 있다.
동남점보페리호는 3천t급의 대형 고속선, 6m의 파도에도 안전항해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현대적 강선이면서도 뜻밖의 해난사고를 내 12명의 승객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연안객선은 그보다도 훨씬 작고 시설도 뒤진 재래여객선이어서 안전운항이 더욱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안여객선은 44개회사 1백14개항로(일반항로78, 명령향로36)에 1백53척(카페리·쾌속선16척포함)을 운행, 연간1백여만명의 승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그러나 이많은 승객을 실어나르는 배나 선원·항로설비는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뒤져 안전을 위협받는 실정이다.

<선박>
연안여객선 1백53척의 3분의1이 넘는 55척이 만든지 11년이상의 낡은 배. 크기로도 1백t미만의 소형선이 절반을 넘는 81척으로 연안여객선의 특징은 「낡고 작은배」가되고 있다. 아직 9척의 목선까지도 여객선으로 운항되고 있다.
3천개가 넘는 섬이 널린 남·서 연안항로의 특성 때문에 선박의 대형화는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낮다 하더라도 오래된 배의 낡은 시설은 언제라도 사고를 낼 수 있는 잠재요인.
목포에서 신안군하답도간을 운항하는 광민호(1백37t)의 경우 지난달 8일 승객 1백86명을 태우고 목포항을 떠났다가 목포항을 막 벗어날 무렵 선실에 바닷물이 스켜 목포로 회항하기도 했다. 목포를 깃점으로 운항하는 항로선박44척가운데 30여척이 레이다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행 해상운송사업법 시행령은 여객선의 사용한도연령을 강선25년, 목선20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앞선 나라들에선 10년넘는 선박은 경제성·안전성을 감안, 뒤진 나라에 팔고 새배를 건조하는 2중 장사를 하고 있다. 사고를 낸 동남점보페리도 일본서 12년되던해 들여온 것이다.

<선원>
각종 해난사고의 68%는 운항과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선박의 안전운항에선 장·선원등 승무원의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선원들의 면허별 사고를 보더라도 을종면장소지자가 사고의 64%를 차지, 신종의 25%보다 2배이상 높은 사고율을 보이고 잇다. 항만청은 이에 따라 현재 을종선장도 맡을 수 있는 연안객선의 선장을 신종으로 높이는 것을 추진중이나 고급인력은 대부분 외항선으로 빠져나가 연안객선에선 구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1천12명의 연안객선 승무원가운데 해기사면허를 가진 사람은 40%남짓한 4백38명뿐.
특히 정기여객선이 없는 낙도지역의 경우 자격조차없는 선원들이 10t미만의 어선·거룻배등으로 승객을 실어나르고 있어도 행정의 손길은 거의 미치지 않은채 방치되고 있다.

<안전교육>
법상 선원들은 연5일씩의 해상 안전 교육을 받도록 되어있고 항해사·기관사·내항선원은 또 별도의 교육을 1∼8일씩 받으나 강의식 이론교육에 그쳐 교육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안전시설>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한 항로표지 등 시설과 선박내의 구명장비 드오 빈약하거나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항로표지의 경우 앞선 나라는 통상 2∼4마일마다 설치해 운항을 돕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14마일당 1개꼴.
구명보트·구명장비도 수시로 점검·보수하게 되어있으나 4년마다 한번 정기검사, 1년마다 한번 있는 정기검사때나 한번씩 손질, 막상 사고를 당해서는 못쓰는 경우도 있다.

<문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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